3년 만에 소환된 공공기관장 ‘임기연동제’, 여야 공감대에도 가능성 미지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비즈니스포스트]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기관장을 향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공공기관장과 대통령의 ‘임기연동제’가 3년 만에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심각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어 야당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1일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야당의 임기연동제 제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회의에서 “(야당이 제안한) 임기연동제의 입법취지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그 전에 알박기 인사를 결자해지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인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공기관장과 대통령의 임기를 연동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마련하자고 여당에 전격 제안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등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을 향해 사퇴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기연동제 특별법을 놓고 “자신들의 공약, 정책, 노선을 함께 할 인물들이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장이 돼 새 정부와 같이 움직이길 바라는 여권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다만 제도를 개선해서 해결할 문제지 감사원 감사, 수사기관을 동원해서 할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돼 다음 정부 이후에도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거취와 관련된 문제는 정권 교체 시기마다 매번 발생했다.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기본 3년에 1년 단위 연장이라 애초에 대통령의 임기 5년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도 사퇴 혹은 정해진 임기를 마쳐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등 임기에 변수도 많다.

정권 교체기마다 공공기관장의 거취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2019년 9월에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정우 의원 대표발의로 임기연동제 법안을 내놓는 등 정치권에서는 공공기관장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맞추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2019년 당시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반대해 임기연동제 법안의 처리가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임기연동제를 담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는 등 지금의 여권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 임기연동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2019년에 이어 올해에도 정권 교체에 따라 공공기관장도 모두 물갈이하는 방식의 임기연동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전문성에 따라 임명된 일부 기관장 등은 예외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임기연동제 논의 당시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공기관장 중 전문성을 중시해 임명한 경우도 상당히 있어 깊이 검토가 돼야 할 사항 같다”며 “정치적인 것에 따라서 일괄적으로 이러한 법률 규정을 두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지난 10일 우 위원장의 이번 임기연동제 제한을 두고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중립성을 담보해야 하는 기관장은 임기대로 가게 하는 등 논의가 필요한 문제로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번 임기연동제 논의에서는 우 위원장이 제시한 조건이 여야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우 위원장은 10일 임기연동제 제의와 함께 “만일 여야 사이 합의가 이뤄진다면 문재인 정부 때 이 문제로 고소·고발이 된 사람들의 문제도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공 기관장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수사를 중단할 것을 사실상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우 위원장이 내건 수사중단 조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월성원전 사건 등 공공기관장 대상 수사에 고삐를 죄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단순히 '정의 실현' 또는 공공기관장 교체를 노린 데 그치지 않고 문재인 정권 공격을 통해 지지율 하락을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18일 도어스테핑에서 직접 “민주당 정권 때는 전 정부 수사 안 했느냐”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사정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을 향한 수사 중단은 명분도 약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서면논평을 통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의혹과 관련된 수사는 그 어떤 것에도 조건이 될 수 없다”며 “공공기관장 거취와 불법을 가리는 수사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