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2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장 등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딜러에게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 줄어 수익성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판매단가가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와 친환경차 비중이 높아진 점도 좋은 실적을 내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 스포티지. <기아>
11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주요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시장전망치)를 보면 기아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0조3366억 원, 영업이익 1조7395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1년 2분기보다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17% 늘어나는 것이다.
기아는 앞서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6065억 원을 거둬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이 기록을 연이어 새로 쓸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더 높게 보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기아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0조1630억 원, 영업이익 2조247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컨센서스와 비교해 매출은 0.7% 적지만 영업이익은 29.4% 많을 것으로 봤다.
기아는 올해 2분기 국내외에서 완성차를 모두 73만3천 대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2분기보다 판매량은 2.3%가량 줄었다. 기아의 2분기 완성차 판매 대수가 감소하면서 매출이 기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더욱 좋아진다는 것이다.
기아가 2분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우선 주력 미국 시장에서 판매 장려금(인센티브)이 하락한 점이 꼽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가 2분기에 환율 효과보다 판매 인센티브 절감 효과가 수익성 개선에 더욱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에서 기아의 인기는 판매 장려금 축소뿐 아니라 일부 차종에서 딜러의 웃돈 제시로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는 완성차회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차량을 판매하기 보다는 주로 소매업자인 딜러를 통한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회사는 딜러들에게 판매 장려금을 제공하는데 기아는 2분기에 이 비용이 크게 줄어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뉴스에 따르면 6월 기아 차량 가운데 판매 장려금이 가장 높은 차종은 스팅어로 최대 1천 달러인데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차량은 없거나 500달러 이하로 책정됐다.
같은 기간 GM(제너럴 모터스)의 평균 판매 장려금은 2천 달러 안팎, 포드도 1천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라 딜러들의 자동차 재고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판매 장려금이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특히 기아의 판매 장려금이 낮은 것이다.
이는 기아가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적게 한다는 의미도 된다. 5년 전인 2017년만 해도 기아의 평균 판매 장려금이 대당 3천 달러를 웃돌았던 점과 비교하면 그 사이 미국에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덕을 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아가 최근 자동차와 관련해 굵직한 상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해외에서 인지도가 크게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EV6로 2022년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인 '유럽 올해의 차'에 미국 굴지의 완성차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뽑혔다. 이 외에도 권위있는 자동차 전문지인 왓카 어워즈와 아우토빌트 등을 포함해 각종 자동차 관련 시상식을 현대차와 함께 휩쓸다시피 했다.
이런 인지도 강화를 뒷받침하듯이 기아는 미국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기아는 미국에서 판매 장려금 하락에 따른 상대적 자동차 가격 상승에도 오히려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아는 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점유율 5.8%를 차지했다. 2021년 6월과 비교해 점유율이 0.5%포인트 확대됐다.
SUV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기아의 수익성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기아는 미국에서 2분기 모두 12만5880대 SUV를 판매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의 69.1%에 이른다. 2021년 2분기 SUV 비중인 62.5%와 비교해 약 5% 높아졌다. 전체 글로벌 판매를 기준으로도 2분기 SUV 판매 비중은 63.5%로 1년 전 57%와 비교해 6.5% 확대됐다.
일반적으로 SUV는 1단계 윗급의 세단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된다.
예를 들어 기아의 준중형세단인 K3 1.6 가솔린 엔진을 기준으로 가격은 트림(등급)에 따라 1738만~2425만 원인데 동급(1.6 가솔린 엔진) 스포티지 가격은 2442만~3311만 원이다.
이는 K3보다 한 단계 위 중형 세단인 K5의 1.6 가솔린 터보모델인 2459만~3171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친환경차도 일반 차량과 비교해 비싼 가격에 팔리면서 수익성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가격은 트림에 따라 3109만~3691만 원으로 책정됐다. 일반 가솔린차보다 가장 저렴한 트림을 기준으로 약 600만 원정도 비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차는 원가가 부담되지만 상품성을 바탕으로 고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아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