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창수 F&F 대표이사 회장이 자체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 MLB와 디스커버리를 주력으로 성장한 F&F가 자체브랜드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패션사업의 외형을 키워나가고 있다.
8일 패션업계에서는 F&F가 이탈리아의 패션기업 세르지오타키니를 인수한 것을 두고 자체브랜드 강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세르지오타키니는 테니스 선수 세르지오 타키니가 1966년 테니스웨어로 시작한 브랜드로 노박 조코비치, 마티나 힝기스 등 세계 정상급 테니스 선수를 후원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세르지오타키니는 2000년대 들어 캐주얼과 라이프스타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F&F는 세르지오타키니의 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한 지주회사를 711억 원에, 브랜드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115억 원에 인수한다고 7일 밝혔다.
패션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라이선스 계약이라는 그동안의 '성공 방정식'이 아닌 자체브랜드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F&F가 자체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라이선스 브랜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의지로 볼 수 있다.
F&F는 지난해 MLB(MLB 키즈 포함)와 디스커버리에서 매출의 96%를 냈다. 김 회장은 자체브랜드를 키워서 라이선스 브랜드의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체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면 라이선스 수수료를 절약하고 마케팅 전략을 자유롭게 펼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F&F가 라이선스 브랜드 본사와 재계약을 진행할 때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F&F의 정확한 라이선스 수수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판매비와 관리비 가운데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약 13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F&F는 2018년 5월 패션잡화 브랜드 ‘스트레치 엔젤스’ 론칭하며 자체브랜드 확보를 시작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이탈리아의 ‘듀베디카’를 인수했다. 2020년 10월 인수한 미국의 ‘수프라’는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로 리뉴얼해 올해 초 재출시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골프 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며 자체브랜드로 편입시킬 포석을 깔아두기도 했다.
F&F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세르지오타키니 인수는 자체브랜드를 추가 확보하고 이를 통해 패션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F&F가 인수한 자체브랜드들의 실적은 엇갈리고 있다.
F&F홀딩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듀베디카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77억 원, 영업손실 68억 원을 냈다. 인수 다음해인 2019년부터 매출은 3년 연속 감소하고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트레치 엔젤스는 2019년 매출 135억 원을 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매출이 4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테일러메이드는 2020년 매출 1억2845만 달러에서 2021년 매출 2억836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F&F는 올해 5월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지분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등 테일러메이드 경영 참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세르지오타키니를 통해 카테고리 확장도 노리고 있다.
F&F는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MLB,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캐쥬얼 브랜드 수프라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전문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없는 셈인데 세르지오타키니를 통해 이를 보강할 수 있다.
F&F 관계자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테니스 역시 프리미엄 스포츠로서 수요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가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더욱 키워나갈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F&F의 스포츠웨어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F&F는 1990년대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레노마스포츠와 엘르스포츠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F&F는 2016년 이들 브랜드 사업을 접게 되면서 한동안 스포츠웨어와 접점이 없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