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케이뱅크는 국내 증시 부진으로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흥행 여부는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의 연임 길을 가는 데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크게 부진한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케이뱅크가 하반기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현재 11월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6월30일 한국거래소에 주권 상장예비심사청구서도 냈다.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국내 기업공개시장은 올해 초부터 빠르게 얼어붙었다.
2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5월 SK쉴더스와 원스토어까지 올해 상장을 준비하던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은 잇따라 기업공개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했다.
전반기만 해도 하반기가 되면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종료 등에 따라 글로벌 증시와 함께 기업공개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국내 증시 상황은 6월 말부터 오히려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 기업공개 과정에서 대표 비교군이 될 수 있는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만 봐도 케이뱅크 상장 흥행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6일 3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월 말과 비교하면 약 한 달 사이 23%,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개월 사이 47% 내렸다. 5일 3만 원대를 회복하기 전에는 사상 처음으로 2만 원대까지 주가가 내리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증시만 좋다면 8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14일 낸 보고서에서 “케이뱅크는 BC카드로 대주주 구성이 바뀌고 업비트와 협업해 고객 수를 크게 늘리면서 실적 확대의 선순환을 이루기 시작했다”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7조3천억~8조4천억 원으로 바라봤다.
케이뱅크가 8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시가총액이 약 8조 원에 이르는 우리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수준이 된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8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안정적 기업가치에 목표를 둬야 할 수도 있다.
서 행장에게 코스피 상장은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상장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늘리면 그만큼 대출을 늘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외형을 키울 수 있어 성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설립 초창기 자본확충 문제로 대출을 늘리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BC카드는 2020년 유상증자를 하며 신규 투자자들에게 약 4천억 원 규모의 동반매각청구권-콜옵션 계약을 맺었는데 이에 따라 일정 기간 이내 상장을 통해 출구도 마련해줘야 한다.
서 행장은 은행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지난해 3월 케이뱅크 대표에 올랐다.
은행에서 경력은 없지만 현대카드, HMC투자증권 등에서 금융업 경력을 쌓았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일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닌 점을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행장은 2023년 12월31일 임기가 끝난다. 현재 임기가 절반 정도 지난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상장과 흥행 여부는 사실상 연임을 결정지을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서 행장은 상장 준비 기간 케이뱅크의 성장성을 입증하는 데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의 안정성을 지니고 있지만 핀테크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사업자 성격이 더 강한 만큼 성장성이 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 역시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지난해 상장에 흥행했고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카카오뱅크는 지금은 시가총액이 15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지난해 시가총액이 한 때 40조 원을 넘어서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를 제치고 국내 금융주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라이언 넬슨 미국 재무부 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6월 한국을 찾았을 때 카카오뱅크를 깜짝 방문한 것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여겨진다.
넬슨 차관은 당시 카카오뱅크 본사를 찾은 뒤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판교에서 핀테크 리더를 만나 한국의 혁신적 기술 및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서 행장은 향후 협업을 통한 고객 수 확대를 바탕으로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여신상품군 강화 등을 통해 디지털금융플랫폼으로서 입지를 다질 계획을 세웠다.
케이뱅크가 최근 내놓은 최대 연 5%의 자유적금 상품은 출시 2일 만에 목표한 1만 좌를 크게 넘긴 10만4229좌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5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보증서 대출 서비스인 ‘사장님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기업공개시장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200억 원대 순이익을 냈고 앞으로도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며 “성장성을 계속 높여 기존 금융지주 같은 큰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