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는 한국에서 전 세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투자 기회를 보고 있지만 한국에서 할 수 있었던 속도로 생산시설을 짓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현지시각 6일 바이오 전문 영국 매체인 파마보드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 무게추 국내로 기운다, 존 림 '속도' 원해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6월13~1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 행사에 참석해 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시설 투자가 당분간 인천 송도 등 국내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존 림 사장은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해외 투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USA 행사에 참석해 미국 현지 생산시설 대상지역으로 워싱턴주 등 4개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존 림 사장의 이번 인터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해외 진출 방안이 단기간에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존 림 사장이 중시하는 '속도'를 충족하기 어려워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업체가 생산물량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고객사가 원하는 때에 충분한 생산능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업체보다 빠르게 생산능력을 키우면 당연히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해진다. 

존 림 사장은 인터뷰에서 "우리 목표는 고객에게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업계의 어떤 업체보다도 빠르게 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 4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4공장은 전체 25만6천 리터 규모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이다. 통상 건설에 4년이 소요될 만한 규모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년 만에 완공을 바라보게 됐다. 2020년 11월 착공한 뒤 올해 10월 부분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처럼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까닭은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반도체 공장 건설 노하우가 바이오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기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정부와 지역 당국의 지원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은 삼성의 기반이 비교적 작은 해외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낯선 환경에서 더 증가하는 비용을 감수하고 현지 공장을 지어도 경쟁사들을 앞서가는 속도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굳이 서둘러 해외 공장 건설을 추진할 필요성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재 생산능력은 모두 36만4천 리터로 세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업체 중 1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더해 4공장이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능력은 62만 리터까지 늘어나면서 글로벌 전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후속 투자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송도에서 5공장, 6공장 등 후속 공장을 짓기 위한 추가 부지 확보가 진행되는 중이다. 5공장은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외 생산시설을 직접 짓는 대신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은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 분야는 환자·병원과 접근성이 중요해 현지 생산시설이 필수인데 최근 여러 기업이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앞으로 5년 동안 36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이 충분히 인수합병을 시도할 만한 자금이 준비돼 있는 셈이다.

존 림 사장은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그린필드(생산시설 설립)와 브라운필드(인수·합작) 모두 보고 있다”며 “삼성그룹은 전자사업을 육성한 것처럼 제약바이오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