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 과정에 개입할까?
템플턴자산운용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 삼성중공업 지분을 추가로 매수해 주요주주에 올랐다.
조선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템플턴자산운용이 조선업계 업황의 개선을 기대하며 싼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 템플턴자산운용,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관여할까
31일 업계에 따르면 템플턴자산운용이 삼성중공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해 주요주주에 올랐다.
▲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
템플턴자산운용이 향후 삼성중공업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분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17.62%)와 삼성생명(3.38%)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분 24.1%를 소유하고 있다.
템플턴자산운용이 확보한 지분은 삼성중공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반대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그룹으로서는 템플턴자산운용의 지분확대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 7%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템플턴자산운용이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지난해 하반기에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5% 확보하고 있었지만 11월에 지분을 6.21%까지 늘렸다.
템플턴자산운용이 현재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은 4.31% 정도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초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총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사업부 통폐합이나 합병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템플턴자산운용이 구조조정 상황에 있는 조선사들의 주식을 매입해 구조조정 과정에 개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이와 관련해 “향후 삼성중공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은행이 제시한 최선의 기업지배구조원칙이나 국내의 기업지배구조기본원칙 등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소수주주권 행사 등을 통해 경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삼성중공업의 이사를 지명할 의도는 없으며 경우에 따라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이사 후보자를 지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단순 투자목적인가
템플턴자산운용이 단순히 투자목적에서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중공업은 자구안 제출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긴 하지만 부채비율이 3월 말 기준으로 254% 수준으로 낮은 편이고 사내유보금도 3조6천억 원이 넘는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1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헤지펀드 포럼 ‘솔트 콘퍼런스’ 특별강연에서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다”며 “원자재와 관련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이 과거에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지만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고 단순히 차익만 낸 적도 있다.
템플턴자산운용은 2011년~2013년에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18~20% 보유해 정몽규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템플턴자산운용은 2013 하반기부터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매각해 2015년 말에는 지분이 9.21%로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템플턴자산운용이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에 참여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서 약 85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계 자산운용그룹인 프랭클린템플턴에 속해 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670원(7.55%) 오른 9540원에 장을 마감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의 지분 확보 소식에 장 초반에는 14.43%까지 급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