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열심히 일하면 다음 달 월급이 즉시 오를 수 있다.’
장윤석 티몬 대표이사가 7월부터 도입하는 티몬의 새 근무제도와 인사제도다.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티몬의 변화는 인재 확보에 전쟁을 벌이고 있는 IT업계에서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능력 있는 인재를 모으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 대표의 파격적 실험이 1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티몬의 기업가치를 반등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티몬에 따르면 티몬이 7월1일부터 시행하는 새 근무제도의 핵심은 ‘직원의 자율에 맡긴다’이다.
티몬은 직원들을 위해 공유오피스 전문기업 스파크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티몬은 스파크플러스 잠실점과 성수점, 을지로점을 전체 임차해 티몬의 ‘거점 공유오피스’로 삼기로 했다. 이 3개 지점은 앞으로 티몬 직원만을 위해 개방한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스파크플러스가 보유한 나머지 서울 20여 곳의 공유오피스와도 계약해 티몬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유오피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티몬 관계자는 “공유오피스에 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며 “철저히 직원 선택에 따라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번 제도 도입의 취지다”고 말했다.
여행지에서 일을 해도 된다.
예를 들어 부산, 제주, 강릉 등 전국 유명 관광지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컴퓨터로 일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춘다면 해당 관광지에서 근무할 수 있다.
티몬은 이러한 새 근무제도의 이름을 ‘티몬 스마트&리모트 워크(TSR)’라고 지었다. 멀리 떨어져서 일해도 상관 없으니 스마트하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장 대표가 새로 마련한 인사제도도 근무제도 못지않게 파격적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직급과 호봉에 따라 기본급을 정한다. 성과급은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새 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게임처럼 열심히 하면 월급이 오르는’ 구조를 만들었다.
개인의 성과와 이니셔티브(initiative), 조직목표 기여도 등을 평가해 구간별 경험치를 충족하면 레벨이 오르고 이에 연동된 급여가 즉각 인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레벨제도’라고 이름지었다.
개인이 열심히 해 성과를 낸다면 1~2달 만에도 월급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장 대표는 이미 지난해 취임 직후 직급제도를 폐지하고 회사 내 호칭을 영어이름으로 통일하며 ‘스타트업 마인드로 일해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이러한 ‘실험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 1년여 동안 임직원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최근에도 리더급 직원들을 모아 새로 도입하려는 근무·인사제도를 충분히 설명했다. 예상치 못하게 일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놓고는 새 제도 도입 취지를 해치지 않은 선에서 충분히 수정·보완이 가능하다며 ‘열린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장 대표의 시도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변화의 고삐를 죄는 IT업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코로나19에 따라 여러 IT·게임업계가 급성장하면서 자율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원하는 개발인력들이 많아졌다. 기업들로서는 이런 수요를 맞춰주지 않으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티몬 관계자는 “회사가 새로운 근무제도와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보여옴에 따라 최근 티몬에 이력서를 내는 지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의 노력이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는 티몬의 기업가치를 올릴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티몬은 최근 매각설에 휩싸였다. 티몬의 최대주주인 몬스터홀딩스(81.74%)와 티몬글로벌(16.91%) 등이 보유 지분 전부를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이나 토스의 자회사 토스페이먼츠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티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회사는 과거부터 꾸준히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모습이 매각으로 잘못 알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전략적 투자자들과 협상 과정에서 기업가치로 2천억 원가량을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신현성 티몬 창업주가 회사를 창업한지 1년 만인 2011년에 미국의 2위 소셜커머스기업 리빙소셜에 티몬을 3천억 원에 매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1년 만에 기업가치가 1천억 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현재 티몬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들이 2015년 티몬을 인수할 때 평가한 기업가치 8600억 원보다도 작은 것은 물론이고 2019년 롯데그룹과 매각 협상을 할 때 거론됐던 기업가치 1조 원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최근 수 년 동안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쇼핑, SSG닷컴-지마켓글로벌 등의 3자 구도로 굳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티몬의 가치도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는 올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가격 경쟁을 하는 커머스시장에서 사실 티몬은 이미 진 것이다”며 “패배를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차별화 요소로 ‘콘텐츠커머스’를 꺼내 들고 체질개선에 고삐를 죈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티몬의 기업가치를 과거보다도 인정받지 못한 것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