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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유통 경쟁력 위기, 김상현 '고객집중' 경영으로 답 찾는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6-27 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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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유통사업에서 경쟁력을 갈수록 상실하고 있다. ‘전통의 유통강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유통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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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이 내놓은 자료는 롯데그룹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은 해마다 5~6월에 각 유통기업의 전년도 소매 판매액(호텔과 여행, 외식, 배달 서비스, 면세점 관련 매출은 제외)을 기준으로 한 유통업계 순위 보고서를 내놓는다.

올해 보고서는 2021년 소매 판매액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소매 판매액 249억3천만 달러를 기록해 올해 보고서에서 아시아 유통기업 기준 12위에 올랐다. 지난해 보고서보다 순위가 1단계 떨어졌다.

한국 유통기업만 한정해 보면 롯데그룹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순위에서 신세계그룹에 처음으로 1등 자리를 내줬는데 올해는 쿠팡에게 2위 자리마저 내줬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롯데그룹(9위)-신세계그룹(10위)-쿠팡(19위)’이었던 순위 구도가 ‘신세계그룹(7위)-쿠팡(11위)-롯데그룹(12위)’으로 바뀐 것이다.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은 더 문제다.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롯데그룹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과 네이버의 소매 판매액 차이는 2018년 212억 달러에서 2019년 170억 달러, 2020년 68억 달러, 2021년 29억 달러 등으로 감소세다.

네이버의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올해 소매 판매액을 집계해 내년에 발표될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의 보고서에서는 롯데그룹이 네이버에 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유통기업 순위에서 롯데그룹의 위치가 4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현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부회장은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활로를 찾으라는 특명을 받고 외부에서 합류했다. 이른바 ‘구원투수’다.

그가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지 반 년도 지나지 않은 만큼 아직 김 부회장 전략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힘들다.

다만 롯데그룹의 현재 상황을 볼 때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답을 찾아내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바로 ‘유통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판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취임 이후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 등 외부 변수를 활용하기보다 내부를 돌이켜보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3월에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객 중심으로 기반을 다지고 체질개선을 이어가겠다”며 “대형마트나 이커머스에서도 더 좋은 체험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2월 한 매체 기자와 만나 “한국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필요한 지부터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김 부회장이 강조하는 부분도 유통업의 본질이라고 한다.

롯데그룹 유통군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유통업의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대전제 안에서 사업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 사안을 외부에 공개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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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쇼핑 본사.

롯데그룹 유통군의 다른 관계자도 “자체 브랜드 강화와 같은 부분을 강조하는데 이는 역시 본질을 강화하자는 얘기다”며 “각 사업부별 구체적 전략을 밝히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과거 홈플러스 대표를 맡을 때도 대형마트의 본질인 ‘상품경쟁력’ 강화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위기에 빠진 유통업이 나아가야 할 길로 ‘고객’이라는 열쇳말을 선택한 바 있다. 고객에게만 집중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고집(고객에게 집중한다)경영’이라는 경영방침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로 재직하면서 1년 동안 두 가지 일만 했다”며 “상품 수를 줄이고 고객에게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 파주운정점을 탈바꿈했던 과정을 보면 고객에게 얼마나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당시 ‘월 소득 얼마 이상의 소비자가 파주운정점을 찾는다’는 얘기를 하나마나한 얘기라고 판단했다. 대신 누가 언제 왜 와서 무엇을 소비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남편이 출근한 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마트를 찾는 고객이 많았다”며 “이에 유모차를 편하게 끌 수 있을 정도로 복도와 아동 매장을 넓히고 문화센터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선보일 상품 수를 늘리는 것보다 고객의 편리를 생각한 김상현 부회장의 ‘고집경영’은 실제로 홈플러스의 실적을 단기간에 반등하는 원동력이 됐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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