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 수사의 필요성을 이유로 검찰총장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인사를 먼저 단행했다. 총장과 의견 조율 없이 검찰의 가장 핵심보직 가운데 하나인 서울중앙지검장 인사가 나면서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일었다.
다만 이 때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시작한지 이틀 뒤인 2017년 7월27일 대검 검사급 고위 간부 36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총장의 권위를 세우는 모양새를 갖췄다.
검찰총장 패싱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장관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이 식물총장이 될 수 있겠나"라며 "검찰총장은 전국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차피 인사권은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 장관에게) 책임장관으로서 인사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을 감안해 잘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월20일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장관도 20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 검찰 인사 사례를 보면 총장이란 자리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출범하고 자리 잡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현안이 산적한 만큼 그때까지 기다려 불안정한 상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이익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이런 발언을 두고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당 워크숍에서 검찰 인사와 관련해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한 장관이 지금 멋대로 인사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본인이) 비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을 겸직하고 있다"며 "과거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서 인사 패싱을 당한 것에 얼마나 울분을 토했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검찰총장을 임명해 순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국정원장을 겸직해서 얼마나 많은 피해, 파탄이 있었느냐"며 "이런 건 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10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협의하지 않고 검찰 인사를 강행하자 "인사권도 없고 주변에서 다 식물 총장이라고 한다"고 말하며 검찰총장 패싱 인사를 비판한 바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