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기린’ 배터리 들고 미국 진출하나, 한국 배터리3사와 경쟁

▲ 중국 CATL '기린' 배터리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이 에너지 밀도와 성능 효율을 높인 신형 ‘기린’ 배터리 출시를 계기로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가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북미와 유럽 배터리시장에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앞세운 CATL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24일 차이나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CATL은 내년부터 기린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중국 리오토 등 전기차 제조사에 공급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린 배터리는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4680 배터리팩과 유사한 규격의 배터리팩으로 구성된다. 에너지 밀도와 효율이 이론상 세계 전기차 배터리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를 전기차에 탑재하면 주행 거리와 성능을 높일 수 있고 충전 시간은 단축되며 LFP(리튬인산철) 기반의 소재를 활용해 생산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태군안증권은 CATL의 신형 배터리를 두고 “기존의 리튬배터리 성능을 전반적으로 10~15% 정도 끌어올린 수준”이라며 “배터리산업에 큰 도약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투자기관 상하이카오스는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CATL이 기린 배터리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려는 목표도 두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CATL이 그동안 주로 전기차 배터리를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전략을 통해 가격에 민감한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기린 배터리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로이터는 CATL의 1~4월 배터리 출하량이 LG에너지솔루션의 2배 수준을 기록하며 점유율을 더욱 늘렸고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내 공장 부지도 선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CATL이 미국에 기린 배터리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는 그동안 CATL이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으로 굳건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도 경쟁에 따른 타격을 피할 수 있었다.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및 유럽 자동차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출시하는 전기차 이외에는 중국산 배터리를 거의 탑재하지 않아 한국 배터리3사가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CATL이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기린 배터리로 해외 고객사 수요 공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미국에서 생산 능력도 확보한다면 한국 배터리업체가 맞경쟁을 벌이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 CATL ‘기린’ 배터리 들고 미국 진출하나, 한국 배터리3사와 경쟁

▲ 중국 CATL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CATL이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에 계획하고 있는 투자 금액은 5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수준으로 전해졌다.

현재 CATL은 독일에 신설한 전기차 배터리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도 진입하고 있어 유럽시장부터 본격적으로 공략에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 가격 상승에 부담을 안고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삼원계 배터리 대신 중국업체의 LFP배터리 채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CATL의 신형 배터리가 예고한 대로 원가 경쟁력과 성능 측면에서 모두 한국 경쟁사들을 앞선다면 배터리 3사가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무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잇따라 미국과 유럽 자동차기업에 손잡고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점은 CATL의 진출 확대에 대응할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CATL이 본격적으로 기린 배터리를 앞세워 고객사 수주에 나선다면 한국 배터리 3사가 추가로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CATL의 해외시장 진출이 목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며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낮추려 힘쓰는 만큼 CATL의 미국공장 건설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CATL 기린 배터리가 실제로 양산이 이뤄진 뒤 약속한 만큼의 성능을 보여줄 지도 여전히 불확실하고 그동안 중국 내수시장에 의존해왔던 만큼 글로벌 고객사 기반이 한정적일 수 있다는 약점도 남아 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신규 생산공장 투자 규모도 CATL이 목표로 한 수준을 뛰어넘는 만큼 물량 경쟁에도 충분히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선두기업이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다른 고객사들도 점차 중국업체와 거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은 최근 2025년부터 BMW에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