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언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서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 높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포함한 반도체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 등 외부 투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대만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에서 주주들에게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과 같은 과감한 전략을 통해 반전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2일 “삼성전자는 충분한 자본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반도체사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SSIC(삼성전략혁신센터)에 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히는 마코 치사리 상무를 영입한 점을 두고 이는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가 인피니온과 NXP 등 자동차 반도체 전문기업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던 상황에서 인수합병 전문인력을 영입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 또는 파운드리업체, 반도체 설계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이나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들의 몸값이 일제히 높아지고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시도는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에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하거나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반도체기업들의 견제를 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갈수록 약해지는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인수합병이 '치료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반도체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를 바꿔내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200조 원 이상의 파운드리 주문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수주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통해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수율을 높이고 새 공정기술 개발과 안정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삼성전자의 세계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이 최근 TSMC 등 경쟁사에 밀려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만큼 대응 전략이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됐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변화를 근거로 파운드리 공정기술 발전 성과는 뛰어나지만 매출 규모 등 실제 결과는 최근 3년 동안 부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만언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서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 높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정 수율을 안정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투자자들에게 수율 개선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주총회 등 공식 석상에서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수율 개선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 수치 등으로 보여주지 않아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생산 수율은 민감한 문제고 TSMC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면서도 “TSMC가 각 공정단계별로 매출을 공개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최신 미세공정이 실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지 시장에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파운드리사업 경쟁력 확보에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 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인수합병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분기말 기준 126조 원으로 2017년 말과 비교해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전자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까지 포함하면 인수합병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2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삼성전자가 앞으로 5년 동안 450조 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약 300조 원을 반도체사업에 들이겠다고 밝힌 점도 반도체와 관련된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소로 꼽혔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로봇이나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해 반도체사업과 시너지를 내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