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수협의 오랜 과제였던 공적자금 조기상환 문제를 해결하면서 어업인의 이익을 위해 세워진 수협 기능의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텄다.
임 회장은 공적자금 조기상환으로 경영 독립성을 이뤄내고 수협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20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아직까지 갚지 못한 7574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8월에 국채를 사들여 예금보험공사에 납입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상환하기로 했다.
수협중앙회는 2001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1조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2017년부터 2028년까지 이를 분할 상환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7억 원을 갚았다.
수협중앙회는 중앙회 여유자금 2800억 원과 3900억 원 규모의 수산금융채권을 발행해 국채 매입 대금으로 활용한다.
만기 기간에 따라 국채는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수협중앙회는 약 900억 원 가량을 절감해 7574억 규모의 국채를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예금보험공사는 1년에서 5년까지의 국채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단계적으로 국채를 현금으로 바꿔 공적자금을 회수한다.
앞서 임 회장은 공적자금을 일시상환할 때 발생하는 세제상의 불이익을 풀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 지난해 12월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과거 세법상 공적자금을 일시에 상환하면 세법에서 인정되는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한도를 초과하게 돼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만 했다.
세법 개정으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지출한 금액 가운데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한도를 초과한 금액도 2028년까지 균등하게 상환한 것으로 봐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임 회장이 공적자금 상환을 6년이나 앞당겨 서두른 것은 수협의 경영 독립성과 관련이 있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2년은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통한 협동조합 기능 회복의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공적자금 조기상환의 포부를 내비췄다.
수협중앙회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이후부터 수협은행의 배당금을 전적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용도 이외에는 사용하지 못해 정작 수협 본연의 역할인 어업인 지원에는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수협중앙회는 공적자금 지원에 따라 수협은행 이사진 7명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인사들을 각각 임명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2020년 수협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수협중앙회와 정부가 임원추천위원장 선임과 행장 임기 조절, 행장 선임 방식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협중앙회는 공적자금 조기상환으로 이르면 2023년부터는 해마다 2천억 원에서 3천억 원을 어업인 지원에 추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 회장은 경영 자율성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공적자금 문제가 해결된 것을 기회로 삼아 수협중앙회를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 회장은 8일 열린 수협중앙회 임시총회에서 공적자금 조기상환 안건을 처리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출범 계획도 내놓았다.
수협중앙회의 장기적 발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증권, 캐피탈, 자산운용 등 비은행업으로 사업군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협중앙회는 외부용역을 통해 △공적자금 상환 이후 지주사 전환 필요성 검토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전환 사례 검토 △금융지주회사 전환 장단점 분석 △지주사 전환을 위한 정부 관계기관 대응 방안 지원 △지주사 설립 가정을 통한 시나리오 분석 △금융지주 전환 계획 일정표 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지주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농협중앙회와 마찬가지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