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1위 팹리스 LX세미콘이 글로벌 팹리스 퀄컴이나 엔비디아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LX세미콘이 전방산업 수요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매겨지고 있는 기업가치는 다소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LX세미콘은 글로벌 팹리스인 퀄컴과 엔비디아, AMD, 미디어텍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있다. 주가수익배수 PER을 기준으로 글로벌 팹리스들 가운데는 30배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곳이 많지만 LX세미콘은 10배에도 한참 못 미친다.

LX세미콘이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고 글로벌 톱티어 팹리스처럼 성장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LX세미콘의 주력 제품은 비메모리반도체 가운데 디스플레이구동칩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디스플레이구동칩 부문 글로벌 3위다.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업계에서 디스플레이구동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디스플레이구동칩의 공급난으로 공급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구성에서 디스플레이구동칩 비중이 절대적인 대목은 약점일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는 호황과 불황의 주기가 비교적 뚜렷한 사이클 산업인데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의 업황이 나빠지면 LX세미콘의 실적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LX세미콘이 비메모리반도체 팹리스로서보다 디스플레이 부품업체로 여겨지며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LX세미콘이 기업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구동칩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도 오너인 구본준 회장의 강력한 반도체사업 육성 의지에 힘입어 사업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X세미콘이 몸담고 있는 LX그룹은 깃발을 올린 지 이제 막 1년 된 대기업집단이다. LX세미콘은 LX그룹의 미래를 책임 질 핵심 계열사이자 오너인 구본준 회장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룹 차원의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구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집무실을 마련해 LX 광화문 본사와 더불어 번갈아 출근한다고 한다. LX세미콘에 미등기 임원으로 있기도 하다. 그만큼 각별히 LX세미콘을 챙기고 있다는 뜻이다.

구 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LG그룹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계열사에서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치며 IT기기, 반도체, LCD, 자원개발 등에서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쌓아왔다.

LG반도체 대표이사로 있을 때 현대그룹에 반도체사업을 넘기는 빅딜을 극렬하게 반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화다. 반도체를 향한 애정과 집념이 남달랐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구 회장은 LG그룹에서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으며 LG의 전장부품사업을 챙긴 경험도 있다. 이 시기는 LG그룹이 자동차 조명회사를 인수하고 미국에 전기차 부품공장을 세우는 등 전장사업이 가속화하던 때다.

이런 점을 보면 구 회장이 반도체, 그리고 자동차 전장화 등에 매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차량용 반도체는 LX세미콘이 다음 먹거리로 삼을 중요한 품목이 될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팹리스는 설계인력과 지식재산(IP) 확보가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포착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오너의 강력한 의지는 LX세미콘 성장의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LX그룹은 차량 반도체를 비롯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들을 발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 반도체산업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까?

구본준 회장의 반도체를 향한 집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때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