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대를 돌파하며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파트값 급등세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부랴부랴 내집마련에 나섰던 2030세대의 이자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7%대 금리 ‘영끌족’ 덮친다, 월급 3분의 2를 은행이 가져갈 수도

▲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13년 만에 연 7%를 돌파했다. 올해 안에 8%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미국이 40여 년 만의 역대급 인플레이션 상황에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원화의 통화량, 유동성이 낮아지면서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물가는 내려가게 된다.

다만 기준금리 줄인상 예고에 대출을 보유한 가계부담이 커지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집값 폭등과 '코로나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빚을 끌어와 아파트 매입시장에 뛰어들었던 2030 영끌족은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우리은행의 대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아파트론(5년 고정혼합형) 기본금리는 연 5.45~7.15%를 보이고 있다. 16일(연 5.4~7.10%)과 비교해 하루 만에 0.05%포인트가 올랐다.

우리아파트론은 15일에는 기본금리 상단이 6.97%였다.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대출이자가 늘어나 있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다른 시중은행 주담대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을 포함한 시중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4.33~7.07%로 상단이 7%선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준금리가 0%대였던 제로금리 시절과 비교하면 실제 주담대 보유자들이 받는 체감 부담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2021년 8월(연 2.62~4.19%)과 비교해도 이미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도 2%포인트가량 뛰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은 기존 329만원에서 489만원으로, 160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20~30대 젊은 층은 지난해 말 기준 취약차주 비중도 6.6%로 다른 연령대 평균(5.8%)을 웃돈다.

2030 영끌족은 이미 주담대 금리 연 7%시대를 맞닥뜨리면서 대출이자를 ‘영혼을 끌어모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직방의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주담대 금리가 연 7%가 되면 서울에서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평균 가격 12억8582만 원)를 주택탐보대출 비율(LTV) 최대로 매입한 사람은 한 달 원리금 상환액이 291만 원에 이른다.

대출기간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경우다.

이는 금리가 4%일 때와 비교해 원리금 상환액 지출이 39% 급증하는 것이다. 또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 419만 원의 69.4%에 이르는 금액이기도 하다. 월급을 받자마자 3분의 2 넘게 은행이 빼가는 것이다. 

59㎡(평균 가격 9억4604만 원) 아파트를 사면서 최대 3억7천만 원을 대출받은 경우에도 7% 금리 아래서는 한 달에 원리금을 246만 원씩 갚아나가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거래절벽에 가파른 금리인상 영향이 더해지면서 집값도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집을 판다는 선택지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최근 6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6월 둘째 주 자료로 보면 특히 ‘노도강’이라고 불리는 노원, 도봉, 강북구 등이 포함된 서울 동북권 매매지수가 가장 크게 떨어졌다.

노도강은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단지가 많아 2030 영끌족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지역 가운데 하나다.

2030세대는 2020년과 2021년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던 때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이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따른 ‘패닉바잉’, 집값 상승 국면에 차익을 기대한 ‘갭투자’ 등으로 아파트 매입시장에서 주력 구매층으로 떠올랐다.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20년 8월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그 뒤 2020년 11월과 2021년 4월 39%대를 보인 것 외에는 지난해 10월까지 쭉 40%대를 차지해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는 계속된 금리인상 기조에 기세가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올해 대선 이후 다시 3월과 4월에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20~30대의 매입 비중이 각각 40.7%, 42.3%로 40%대를 기록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