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내놓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방침이 연말로 미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SK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돈 쓸 곳이 많아진 만큼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가 올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밝힘에 따라 장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내놓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의 실행 시점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K는 올해 초 첨단소재, 바이오, 친환경(그린), 디지털 등 4대 사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5월에는 2026년까지 그룹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에 247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천문학적 투자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도 수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그룹 자회사의 연간 실적이 가시화되는 연말에 가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시기와 규모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사 라이프자산운용은 2022년 4월 SK가 보유한 자사주의 약 10%인 180만 주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
SK는 2022년 3월30일 기준 자사주 1802만3811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전체 주식에서 자사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24.3% 수준이다. 전체 규모는 약 4조1천억 원가량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의 요구를 기준으로 SK가 180만 주를 소각하면 15일 종가 기준 약 4100억 원 어치의 자기자본이 없어진다. 그만큼 SK의 투자 재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라이프자산운용에 앞서 글로벌 투자사 돌턴인베스트먼트도 SK를 향해 주주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에 더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SK로서는 자사주 소각의 시기와 규모에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사주 소각과 함께 매년 시가총액의 1%이상을 들여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기로 방침을 세운 만큼 자사주 소각과 별도로 1700억 원 이상의 자금도 필요하다.
자사주 소각과 매입에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주당순익(EPS), 주당순자산(BVPS) 등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유동주식수도 줄어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SK는 매년 주주배당 총액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시선의 근거로 꼽힌다.
SK는 2019년 2679억 원, 2020년 3701억 원, 2021년 4476억 원으로 연간 주주배당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2018년 처음 실시된 중간배당 규모도 1주당 1천 원에서 2021년 1주당 1500원으로 커졌다. 2021년 8월 실시된 중간배당에서 793억 원이 사용됐다. 2022년 중간배당 시기와 규모도 2021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도 8월 중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주배당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어 SK가 자사주 추가 매입과 소각을 실행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은 실행만 하면 되지만 자사주 매입에는 통상 3개월가량이 걸린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8월 중간배당을 실시한 뒤 바로 자사주 매입 절차에 들어가도 연말께야 완료할 수 있다.
반면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SK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이른 시점에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재 SK 주가는 2021년 6월30일 종가 28만2500원과 비교해 20%가량 하락해 자사주를 매입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투자심리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일정은 공시사항이어서 알려줄 수가 없다”며 “내부적으로 적절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을 기본배당하고 매년 시가총액의 1%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사주 소각을 고려하겠다는 뜻도 내놨다.
장 부회장은 정기 주총에서 “올해는 자사주를 중심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SK가 이같은 정책을 밝힌 뒤 3개월여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SK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은 겨울이 되어야 진행할 듯하다. 포기가 답이다’, ‘자사주는 도대체 언제 소각하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