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테슬라가 이른 시일에 독일 폴크스바겐 등 경쟁사에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자동차기업들이 미국 전기차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면서 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에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
미국 CNN은 15일 “폴크스바겐은 최근 수 년 동안 테슬라를 뛰어넘고 전기차 1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며 “이는 2024년부터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시장 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보고서를 인용해 당분간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유럽 자동차기업들이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폴크스바겐을 필두로 한 자동차기업들이 이른 시일에 전기차 신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기업들이 최근 테슬라의 ‘앞마당’으로 꼽히던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생산공장 투자 및 배터리 협력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갈수록 많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가 다양한 전기차 신모델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자동차기업 가운데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곳은 폴크스바겐과 스텔란티스, BMW로 꼽힌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미국에 9조 원가량을 들여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스텔란티스는 미국과 캐나다에 전기차공장 증설 및 배터리 합작공장 신설을 진행하고 있다.
BMW도 미국 생산공장을 활용해 전기차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신규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테슬라의 비중이 낮아지고 유럽 자동차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점은 한국 배터리3사에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될 수 있다.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에서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들이거나 공동으로 생산하는 반면 유럽 완성차기업은 사업 초기부터 한국 배터리3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전기차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삼성SDI 또는 SK온과 배터리 공급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BMW는 삼성SDI의 배터리 주요 고객사로 자리잡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를 조달할 계획을 세우며 각각 캐나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이들 협력사와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도 발표했다.
▲ SK온 미국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현장 이미지. |
한국 배터리3사가 일제히 북미에 배터리공장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점도 유럽 고객사들의 미국 전기차시장 진출 본격화에 따른 수요 증가를 기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미국 포드와 GM도 앞으로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상위권에 자리잡으면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는 SK온, GM은 LG에너지솔루션을 주요 배터리 협력사로 두고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안정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테슬라의 입지가 축소되는 전기차시장 판도 변화에 맞춰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성장 기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주로 일본 배터리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기업들도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주요 전기차 생산업체로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한국의 주도권도 일본과 중국 경쟁사들과 비교해 더욱 강력해질 공산이 크다.
다만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유럽 전기차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배터리 원가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손잡고 대규모 생산투자를 통해 배터리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데다 유럽 브랜드 전기차의 원가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으면 대중화 시기는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
한국 배터리3사가 유럽 고객사의 성장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리려면 그만큼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생산 투자 측면에서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CNN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자동차기업들이 정부 지원 없이도 수익성을 확보하게 되면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테슬라에 갈수록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