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선보인 자동차용 운영체제 ‘카플레이’ 새 버전이 앞으로 애플에서 출시할 자체 브랜드 전기차의 예고편에 해당한다는 외국언론 분석이 나왔다.
애풀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하드웨어에서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통해 독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전략을 전기차 ‘애플카’에도 재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의 신형 카플레이 운영체제가 향후 테슬라의 대항마로 자리잡을 애플 전기차의 첨병 역할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전 세계 개발자 및 협력사들에게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을 소개하는 개발자회의에서 카플레이 운영체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카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을 자동차에 연결했을 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활용하는 차량 전용 운영체제다. 이를 통해 아이폰에 설치된 다양한 앱을 차량에 연동해 실행할 수 있다.
애플이 선보인 신형 카플레이 운영체제는 아이폰에 설치된 콘텐츠 앱뿐 아니라 자동차의 공조장치, 편의장치 등을 작동하고 대시보드까지 조작할 수 있도록 지원 기능을 확대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이처럼 새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보인 뒤 이와 연계되는 하드웨어 신제품을 선보인 사례가 많다는 점을 들어 신형 카플레이와 애플카 사이 연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애플이 아이튠즈 출시 뒤 에어팟을, 홈킷 출시 뒤 애플TV를, 헬스플랫폼 출시 뒤 애플워치를 선보인 것처럼 자체 브랜드 전기차 애플카 출시를 앞두고 카플레이를 업데이트해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 카플레이 운영체제에 포함된 인터페이스는 향후 애플 전기차가 출시되면 이를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차량 관련된 기능을 담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우선 새 카플레이 운영체제를 다른 자동차기업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해 안정적 기능 구현과 사용자 반응 등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완성차기업들이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애플에 넘기는 일을 꺼릴 수밖에 없지만 새 카플레이 운영체제는 인터페이스 측면의 강점을 갖춰 빠르게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카플레이 운영체제 생태계 확대를 기반으로 애플카에 이를 탑재해 선보인다면 카플레이 사용 경험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손쉽게 애플카 수요층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하드웨어 주력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이 애플의 자체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주로 사용해 왔다.
애플의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호하게 된 소비자들이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새 버전의 카플레이는 애플이 이런 전략을 향후 출시할 전기차사업에도 적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블룸버그는 “새 카플레이 플랫폼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애플카도 마음에 들어하게 될 것”이라며 “이전 버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아직 출시까지 1년도 더 남은 새 카플레이 플랫폼을 개발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이들이 미리 카플레이 전용 앱과 콘텐츠 등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25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카에 출시 초반부터 확실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경쟁력이 갖춰진다면 전기차 경쟁사와 대결에서 확실한 장점을 앞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자체적으로 입수한 정보를 통해 애플이 이미 애플카 부품 공급망 및 위탁생산과 관련해 협력사들과 논의를 시작한 단계에 와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애플 전기차 개발팀에 대폭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도 본격적으로 출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근거로 꼽혔다.
다만 애플은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달리 애플카에 완전 자율주행 기능 도입 시기를 늦추고 우선 소프트웨어 편의기능을 앞세운 전기차로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애플 아이폰의 장점과 무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애플카는 잠재적으로 테슬라 전기차에 매우 강력한 경쟁상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