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캐스퍼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 뒤 판매질주를 이어가며 당분간 경차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판매 부진으로 르노 트위지는 판매를 중단했고 한국GM 스파크는 단종설이 흘러나오는 등 경차 시장은 캐스퍼와 기아 레이, 모닝의 3파전으로 재편되고 있다. 
 
경차 시장 3파전으로, 기아 레이와 모닝 새 모델로 캐스퍼 질주 견제

▲ 기아 레이. <기아>


국내 경차 시장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던 기아는 레이와 모닝 신형 모델 출시로 캐스퍼의 돌풍에 맞서 위상 지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2일 자동차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현대차 경형SUV 캐스퍼는 5월 4402대가 팔리며 SUV를 포함한 현대차 RV(레저용차량) 전체 라인업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기아 쏘렌토와 스포티지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판매는 1만8799대로 국내 경차시장 점유율 35.2%를 보였다.

캐스퍼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뒤 국내 경차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며 경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캐스퍼를 포함한 경차는 모두 3만278대 판매돼 2021년 1분기보다 판매량이 1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형차는 30.0%, 중형과 준대형차는 각각 16.9%, 18.4% 줄어들며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4.1% 뒷걸음친 것과 대조된다.

더욱이 4월과 5월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9.5%, 47.0% 뛰며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GM 스파크는 지난해 1~5월 9053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4535대로 판매량이 절반가량 꺾였다.

게다가 또 한국GM이 스파크를 만들던 창원 공장에 1조 원 가량을 투입해 내년부터 양산될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신차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스파크를 놓고 단종설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올 2월 미국 GM본사는 8월 이후 스파크 판매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한국GM 역시 주력 모델인 CUV 신차 생산 시기에 맞춰 스파크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이달 1일 취임한 뒤 3일 부평공장을 방문한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신임 사장은 “창원과 부평에서 생산될 차세대 CUV 글로벌 신제품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GM 한국사업장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 모델이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도 지난해 298대의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한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의 판매를 최근 중단했다.

국내 경차 시장이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 및 모닝 등 3파전으로 좁혀지는 상황을 눈앞에 둔 셈이다.

기아는 하반기 레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계기로 최근 되살아나는 레이 판매를 더욱 늘리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는 올해 1~5월 1만8163대가 판매되며 636대 차이로 캐스퍼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2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최대 판매 실적인 3만5956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차 시장 3파전으로, 기아 레이와 모닝 새 모델로 캐스퍼 질주 견제

▲ 기아 더 2023 모닝. <기아>


기아는 레이의 새 부분변경 모델을 5인승 풀플랫(모든 좌석을 평평하게 접을 수 있는 모델)으로 출시해 공간 활용성을 기존보다 대폭 개선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판매되는 레이도 공간활용성을 앞세워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데 그런 장점을 더욱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차인 레이의 전고(차 높이)는 1700mm로 기아 중형 SUV 쏘렌토와 같고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도 한 차급 위인 현대차의 소형 SUV 베뉴와 같은 수준이다.

현대차 캐스퍼의 인기 요인도 SUV모델에 전좌석 풀폴딩 시트를 적용함으로써 확보한 높은 공간활용성이 꼽힌다.

기아는 3일 모닝도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기아는 기존 모델에서 옵션으로 운영되던 사양들을 기본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상품성을 강화했다.

기본모델인 스탠다드에는 스티어링 휠 오디오 리모컨과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기본 탑재했다.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와 시그니처에는 블랙하이그로시(광택 있는 검은색 소재) 범퍼 등의 디자인 패키지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또 2023년형 모닝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가격인상 폭은 최소화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림(등급)별 가격이 스탠다드 1220만 원, 프레스티지 1375만 원, 시그니처 1540만 원으로 스탠다드는 5만 원, 상위트림은 20만 원씩 올랐다.

기아 모닝과 레이는 캐스퍼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캐스퍼는 가장 낮은 트림인 스마트 가격이 1385만 원부터 시작해 1220만 원의 모닝, 1355만 원의 레이보다 높게 책정됐다.
 
경차 시장 3파전으로, 기아 레이와 모닝 새 모델로 캐스퍼 질주 견제

▲ 현대차 캐스퍼. <현대차>


더욱이 캐스퍼는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차량 가격이 2천만 원을 넘어서 경차 2천만 원시대의 문을 열기도 했다.

성장세를 보이는 경차시장은 올해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0만 대(20만2844대)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20년에는 9만7072대로 10만 대 선이 무너졌고 지난해에도 9만5565대에 머물렀다.

올해 경차는 1~5월 5만3450대 팔려 3년 만에 판매량 10만 대를 다시 넘을 수 있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기아의 내수 판매에서 경차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반등하는 경차 판매가 전체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 1~5월 모닝과 레이 합계 판매량은 3만4대로 기아 국내 판매의 13.8%를 차지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