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1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6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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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고환율에 회의적 의견을 내면서 환율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서울외환시장의 환율은 1달러에 1009.2원으로 마감했다. 전일보다 2.5원이 내렸다. 지난해 평균환율(1095원)에 비해 1년 사이 8%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이 1010원대에 인접하면서 개장하자마자 급한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나오면서 1000원대로 진입했다”며 “시장에서 비드(달러 매수)가 없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1000원대로 진입하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24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외환당국은 김성욱 재정부 외화자금과장과 이승헌 한은 외환시장팀장 명의의 자료를 통해 “외환당국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기업과 역외 등 수급 주체들의 거래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두개입 이후 환율이 1010원대로 회복됐지만 결국 1009.2원으로 장이 마무리됐다. 상승으로 반전될 정도로 개입강도가 세지 않다는 반증이다.
환율이 1010원 아래로 떨어진 이유는 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된 데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전날 조선사들의 연이은 해외수주 소식이 전해진 것도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움직임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원화강세를 용인하겠다는 발언과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최 후보자는 지명 당일이던 6월13일 “수출주도로 경제성장이 6~7% 이뤄지더라도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게 뭐냐”며 “지금껏 우리나라는 수출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국민들이 이제 그 손해를 안 보겠다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원화강세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그동안 정부의 ‘수출중시’와 함께 ‘고환율’ 정책을 광범위하게 펼쳤던 정부정책이 국민들의 고용창출이나 삶의 질로 따져봤을 때 좋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 후보자의 발언 이후 정부는 바로 뒷수습에 나섰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15일 “최 후보자가 과거 고환율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원론적 언급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이른바 트리클다운(낙수) 효과가 줄어들어 수출의 열매가 골고루 퍼지지 않는 현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당국의 원화절상 용인 등으로 해석한다면 잘못 읽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환율이 세 자릿수로 진입할 가능성도 높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에서 1000원은 차원이 다르게 방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달러화가 오르는 것인데,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