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아이폰에 중국 YMTC의 메모리반도체 탑재를 추진하는 점을 두고 미국 경제와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YMTC의 성장은 낸드플래시 상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 및 실적에 직격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대응 방향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9일 “애플이 최근 자체 설계 프로세서 ‘M2’를 공개하며 주목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사업과 관련한 더 중요하고 걱정스러운 문제가 감춰져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에 처음으로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채용하기로 했다는 점이 세계 반도체업계와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국제정책 및 IT기술 전문가인 로슬린 레이튼 박사와 제프 페리 연구원이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실리콘 셀아웃’ 보고서를 인용해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애플이 YMTC와 손을 잡으면서 어떤 방식으로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위협을 키우고 세계 반도체기업에 영향을 미칠 지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YMTC는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해 해외 반도체기업의 의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글로벌시장에서 중국 반도체산업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자체 시스템반도체 육성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반면 YMTC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상위 업체를 바짝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욜(Yole) 분석에 따르면 1분기 기준 5%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는 YMTC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2025년 10%, 2027년 1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YMTC가 2027년 SK하이닉스의 점유율마저 뛰어넘으며 삼성전자와 키오시아에 이은 글로벌 3위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올해 1분기 40%에서 2027년 33%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YMTC의 성장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꿔낼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튼 박사와 페리 연구원은 애플이 YMTC를 아이폰 낸드플래시 공급업체로 선정해 도약의 발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른 고객사들도 본격적으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은 부품 공급사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매우 까다롭게 따지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곧 YMTC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인증해 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레이튼 박사와 페리 연구원은 YMTC가 중국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연관 관계가 큰 데다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 분제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산업이 YMTC를 필두로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글로벌 고객사 기반을 확대해 미국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애플과 거래를 시작한 데 따른 잠재적 결과로 예상됐다.
YMTC가 결국 미국 안보와 경제, 국가 경쟁력에 큰 위협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미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애플의 YMTC 반도체 구매를 막을 수 있도록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고 미국 기업의 기술 유출도 방지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
미국정부가 YMTC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해부터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은 팀 쿡 애플 CEO에 직접 중국산 반도체 탑재를 자제해달라는 서한도 보냈다.
애플의 아이폰14 생산과 출시 시기가 가까워진 만큼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이런 목소리를 받아들여 애플과 YMTC를 향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의 대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YMTC가 애플과 거래를 계기로 낸드플래시 메모리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점유율을 대거 빼앗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를 반도체사업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데 시장 점유율과 출하량 감소는 결국 실적에 직격타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
미국의 YMTC 등 중국 반도체기업 규제 움직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기울이면서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SMIC에 첨단 반도체장비 공급을 제한하는 등 직접적으로 규제조치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최근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우려하는 미국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과 거래를 계기로 YMTC에 강력한 규제 도입을 서두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미국정부의 대응에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