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 대표.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기싸움을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에 놓이고 있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배력 확보를 노리고 있는 중국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미국에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9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 대표는 전날 인터뷰를 통해 “모든 국가가 대만 반도체 산업을 탐내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누구도 (주도권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다.
천충르 전 대만 행정원장이 최근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등 경제 협의체인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를 두고 대만 반도체 산업을 노리는 미국의 이익만이 반영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반박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대만을 제외했지만 대만과 별도로 IPEF에 준하는 해당 협의체를 구축했다.
덩 대표는 “대만은 인력자원, 지적재산권 보호 환경, 자유민주주의 교육, 문제 처리 능력 등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은) 미국이 무역 협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복사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은 미래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견고하게 다지고 중국과 첨단기술 패권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만과 거리를 더 가까이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대만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중국의 심기는 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천위안링 중국경제교류센터 수석 경제학자는 최근 중국 인민대 중앙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가 러시아에 이어 중국을 제재하려 한다면 원래 중국 기업인 TSMC를 반드시 중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기업 TSMC는 결국 중국 기업이라는 주장이 바탕에 깔려 있다.
천 경제학자는 TSMC가 미국으로 반도체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계획도 절대 완성되게 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TSMC는 현재 중국의 위협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정부의 지원 등을 고려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약 120억 달러를 들여 첫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짓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 협력 체계를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TSMC 등 반도체기업의 생산기지는 결국 대만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아닌 대만이 반도체 생산에 중심 기지로 남아야 미국을 대상으로 외교적 협상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TSMC는 대만 타이난시를 비롯한 자국 내에서 모두 20개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고 있거나 최근 완공했다. 해당 공장에 들인 투자규모는 모두 16조 엔(151조 원)에 이른다.
니혼게이자이는 대만에서 전례 없는 반도체 투자 열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