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중국 BYD의 배터리 채용을 계기로 그동안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원통형 배터리만 탑재하던 원칙을 완전히 꺾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중국이나 일본 경쟁사와 비교해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소극적이던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테슬라의 전략 변화에 맞춰 배터리를 공급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9일 “테슬라가 BYD의 배터리를 사들이는 것은 의외이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지난해부터 나오던 소문이 결국 현실이 됐다”고 보도했다.
BYD 부사장이 최근 중국언론과 인터뷰에서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는 이미 주요 공급사인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들이며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에 대응해 수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BYD의 배터리 공급 가능성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테슬라가 더 이상 원통형 배터리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거의 모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제품에 원통형 배터리 셀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팩을 적용했고 중국에서 판매하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 기반 차량만 예외적으로 각형 배터리를 적용했다.
BYD가 테슬라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형 ‘블레이드’ 배터리는 원통형 배터리와 달리 하나의 배터리팩이 완성된 형태로 생산되는 새로운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측면에서도 기존의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테슬라에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아 공급 논의를 진행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 탑재 원칙을 꺾게 된 데는 원통형 배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 약점과 전기차 배터리의 수급 문제가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원통형 배터리는 구조상 여러 개의 배터리셀을 연결할 때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그만큼 배터리팩의 밀도 측면에서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기업이 각형 또는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배터리 공급사들이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일부 업체가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다른 형태의 배터리와 비교하면 공급 가능한 물량이 적어 테슬라의 배터리 수급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주요 배터리업체들의 기술 개발도 자연히 여러 고객사를 둔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테슬라 전기차의 제품 경쟁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대응해 안정적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원통형 배터리만 고집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일렉트렉은 “일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확보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기존의 원통형 배터리와 크게 다른 폼팩터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이런 전략 변화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등 파우치형과 각형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 배터리업체에 공급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한국 배터리3사가 배터리 기술 및 생산 능력 측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에 고집을 꺾는다면 훨씬 많은 선택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 내 독자적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테슬라 미국 자동차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도 유리하다.
테슬라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를 사들여 에너지저장장치에 탑재하면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로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테슬라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시장 급성장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BYD 측에서 테슬라 배터리 공급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아직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테슬라의 사업 전략에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BYD의 배터리를 전기차 대신 에너지저장장치에 탑재하는 데 그치거나 앞으로 출시할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만 한정적으로 탑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협력사 기반을 확대하는 일은 앞으로 전기차시장 성장에 따라 반드시 추진해야 할 선택지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