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중공업 해법’을 내놓을까?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뒤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을 요구받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중공업 지원에 당장 나서지 않더라도 삼성중공업 경영난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지난 17일 자구안을 제출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자구안을 받은 뒤 일주일이 넘도록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삼성중공업에 자구안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삼성그룹 오너인 이 부회장이 삼성중공업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삼성중공업의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계열사가 삼성중공업 지원에 나서거나 총수가 사재출연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7.62%를 보유한 삼성전자인데 글로벌 초우량기업 삼성전자가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는 삼성중공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부담스러워 한다.
관건은 역시 이 부회장의 ‘선택’인데 재계에서 대략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첫 번째는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꼬리자르기’라고도 부르는데 이 부회장이 2년 전부터 화학과 방산 계열사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사업분야를 정리해 왔다는 점이 근거로 제기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중공업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의지는 지난해 말 거제조선소 방문으로 분명히 보여줬다”며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유상증자다. 삼성중공업의 재무상태가 지금보다 악화할 경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도 쉽지 않다. 조선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흥행할 리가 없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처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중공업 상황이 나빠져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순간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정상화가 안 된다면 결국 이 부회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재 삼성중공업의 재무상태를 볼 때 당장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이 시급해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상황악화에 대비해 이 부회장이 시장에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여줄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중공업 부실과 관련해 25일 논평을 내 “삼성중공업 부실 관련 책임은 계열사가 아닌 총수일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 감독당국과 채권단 입장에서 대주주에게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 대상은 주주계열사들이 아닌 경영권을 행사해온 지배주주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 감독당국이 부실경영 책임과 자구노력이라는 명분으로 삼성중공업 주주계열사들에게 지원을 강요하는 것은 법제도와 원칙에 어긋나는 관치금융”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금 이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은 삼성중공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사결정 권한이 이 부회장에게 있으며 그에 따른 궁극적 책임을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과 국민에게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