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의 배터리사업 전략에 의문 부호를 다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삼성SDI의 점유율이 감소하자 일각에서는 품질우선 전략을 지속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삼성SDI가 증설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오늘Who] 삼성SDI 배터리 전략에 의문부호, 최윤호 의구심 털어낼까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전망을 두고 서로 엇갈린 증권사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삼성SDI가 미국에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삼성SDI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리포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각형 전지 경쟁 심화, 증설에 보수적, 시장점유율 하락, 자동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등을 언급했지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며 평가절하했다.

전날 피터 리 씨티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의 프리미엄 각형전지 경쟁력이 향후 약화될 수 있다”며 “삼성SDI가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생산설비 증설에 보수적이어서 시장점유율도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을 정면반박한 것이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만 봐도 두 증권사는 정반대에 서 있다. 씨티증권은 삼성SDI 투자의견을 매도(SELL)로, 목표주가를 48만 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DB금융투자는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목표주가를 92만 원으로 제시했다.

삼성SDI를 두고 증권사마다 의견이 분분한 원인으로 삼성SDI의 품질우선 전략이 꼽힌다. 품질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느냐, 외형 확장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삼성SDI를 향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외연 확장보다는 연구개발을 통한 배터리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 결과 각형 배터리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경쟁력이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각형 배터리는 원통형 배터리에 비해 얇고 파우치형보다 외부 충격에 강하다. 또 제작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대량 생산을 할 때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에너지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삼성SDI는 현재 양산하고 있는 젠5(Gen.5) 대비 에너지밀도가 10% 이상 향상된 차세대 배터리 젠6(Gen.6)을 개발하는 등 기술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2021년 삼성SDI의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은 8776억 원으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6310억 원), SK온(3663억 원)보다 많았다.

반면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경쟁사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점유율이 2020년 5.8%에서 2021년 4.5%, 2022년 1분기 3.6%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까지 나온 투자계획을 고려한 삼성SDI의 연간 중대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1년 말 40기가와트시(GWh)에서 2022년 말 52GWh, 2025년 말 100G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도 현재는 생산능력이 40GWh로 삼성SDI와 같다. 하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에 공장을 건설해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만 6개의 공장 거점을 확보했고 차질 없이 계획이 진행된다면 2025년 LG에너지솔루션 북미 공장의 생산능력은 200GWh 이상이 된다.

즉 2025년에는 삼성SDI와 국내 경쟁사의 생산능력 차이가 100GWh 이상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SDI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삼성SDI도 매년 2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와 비교해 절대 부족한 수준이 아니다”며 “회사 전략 차원에서 특정 시점을 정해놓고 배터리 생산능력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오늘Who] 삼성SDI 배터리 전략에 의문부호, 최윤호 의구심 털어낼까

▲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최근 설비투자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는 25일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약 3조1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니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추가적으로 자체 공장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최 사장은 3월 삼성SDI 주주총회를 마친 뒤 “미국에 자체 공장 설립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배터리산업은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일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2025년 기점으로 대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위 소수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삼성SDI의 추가 설비투자는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무구조 측면에서 삼성SDI의 추가 투자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의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2322억 원에 이른다.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LG이노베이션의 현금성자산(5조1512억 원)보다는 적지만 SK온(1조3786억 원)보다는 많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는 현재 현금성 자산과 향후 3년 누적 예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0조5천억 원을 감안하면 향후 증설에 필요한 자금은 추가차입이나 증자 없이 충당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삼성SDI의 투자가 힘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SDI를 이끌게 된 최윤호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재무전문가로서 글로벌 사업운영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특히 미래전략실에서 일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해 이 부회장의 대표적인 ‘오른팔’로도 불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그동안 경쟁사 대비 보수적 수주 전략을 구사해왔으나 최근 스텔란티스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발표하는 등 외형 확대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전고체배터리 등 고부가 신제품이 사업화된다면 본격적인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