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구조조정 우등생으로 불린다. 현대그룹이 지난해 말 내놓은 자구계획안의 이행률은 조만간 80%에 이를 정도다. 현대증권만 팔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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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하지만 현 회장이 구조조정 졸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현대증권 때문에 우등생 성적표에 먹칠을 할 수도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오는 7일 현대증권에 대한 공동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부터 현대증권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에서 사전조사에 나가 있고 오는 7일 한은과 공동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이번 검사는 정기검사로 업무 등 전 영역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도 “이번 검사는 3년에 한 번 하는 정기검사”라며 “수신기능이 있는 금융회사의 정기검사는 한은이 같이 나오는 것이 원칙이라 특별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에도 현대증권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했다.
당시 금감원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현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후 현대증권이 이들 계열사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을 불완전판매 했는지 집중조사했다. 동양증권이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불완전판매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선례가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금감원과 현대증권 모두 이번 공동검사가 정기검사라 밝혔지만 업계는 현대증권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고강도의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회사채를 사들이면서 부당지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2월 현대유앤아이(200억 원), 지난 3월 현대엘리베이터(62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또 5월 현대엘앤알이 발행한 610억 원 상당의 회사채 전부를 사들였다.
현대증권은 현대그룹 구조조정 일환으로 매각을 앞두고 있어 굳이 계열사를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현대증권은 현대그룹 계열사 지원을 통해 출자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된 현대증권은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일 현대증권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강등했다.
현대증권 입장에서 몸값이 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현대증권을 매각할 경우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까지 매각대상에 포함돼 있어 현대그룹은 금융부문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현대그룹 입장에선 자구계획 이행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현대증권에 다시 욕심을 낼만한 상황인 것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3조34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현대그룹은 현재까지 자구계획의 60% 이상을 이행했다. 현재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이 최종 확정될 경우 자구계획 달성률은 80%까지 높아진다. 자구계획 100% 이행을 위해 반얀트리호텔과 현대증권 매각 등이 남아있다.
현대증권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오는 8월 말 패키지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실시된 예비입찰에서 일본 오릭스, 중국 자베즈파트너스, 한국 파인스트리트 등 사모펀드들이 다수 참여했다.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가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최근 이들 그룹을 대상으로 인수전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