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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취임 2개월 대표 '광주' 재건 백의종군, 책임경영 의지 주목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2-05-25 17: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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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사장과 하원기 전무가 공식 취임 2개월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고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수습에 뛰어들었는데 여러 모로 이례적인 행보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HDC현산 취임 2개월 대표 '광주' 재건 백의종군, 책임경영 의지 주목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각자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하원기 각자대표이사 전무. 

HDC현대산업개발은 25일 유 사장과 하 전무가 5월30일부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화정아이파크 ‘리빌딩’을 위한 전담조직을 맡아 사고 수습과 시장 신뢰회복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더 높은 책임감으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화정 아이파크 리빌딩 추진단을 신설한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일 정몽규 회장이 직접 단상에 올라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8개동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와 재시공에는 비용만 약 3700억 원이 투입되고 기간도 70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정 회장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 사장과 하 전무 등 HDC현대산업개발 최고경영진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직접 수습작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책임경영을 '몸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광주 사고 수습에 기업의 명운이 걸린 만큼 자리보다 일이, 직급보다 직책이 더 중요하다는 결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몽규 회장에 이어 최고경영진 전원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에 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정 회장 퇴진 외 내부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외부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취임한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표이사가 현장으로 내려감으로써 그런 비난은 금새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2021년 12월 임원인사를 통해 지주회사 HDC에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로 이동했다. 올해 3월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돼 공식적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에 취임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유 대표는 기업 경영보다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원장 등 경제산업분야 민관 연구원 경력이 긴 인물이다. 1988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현대그룹과 인연은 깊지만 HDC그룹에 합류한 것은 2018년이다.

유 대표는 HDC그룹에 영입된 뒤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맡았고 올해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를 맡아 부동산개발(디벨로퍼)사업 확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에 내정되자마자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회사의 존폐가 달린 비상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 전무는 화정아이파크 리빌딩 추진단에서 건물 철거와 재시공의 실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 전무는 HDC현대산업개발 대형 건설현장 소장을 역임한 인물로 2020년부터 건설관리본부장을 맡아 주택, 건축, 토목현장을 총괄했다.

올해 HDC현대산업개발 각자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건설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무게감이 더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시민단체와 정치권, 주주 등 각계각층으로부터 광주에서 잇달아 발생한 붕괴사고에 관한 내부 책임소재 규명과 징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질책을 받아왔다.

참여연대 등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한 달가량 뒤인 지난 2월15일 ‘HDC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 바로세우기 주주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는 이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인명사고를 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의 사퇴 외 다른 경영진들이 어떤 책임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3월29일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에서도 내부 감사보고 등 책임 문제가 지적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참석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총에서 광주 사고 뒤 내부 책임자에 관한 조사 및 징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물었다.

이 관계자는 “사고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을 다 재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오면 현대산업개발이 경영쇄신을 하고 인적쇄신을 한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내부감사 진행여부에 관한 질문을 하면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내부 임직원 책임 여부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답변은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한다”고 질책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이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며 “사고에 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와야 회사가 사고원인과 책임소재에 관한 부분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5월 초 광주 화정아이파크 전면 재시공 결단을 내리면서 기업쇄신 행보에 진정성을 담기 위한 조치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당시 “광주 화정동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째 접어 들었지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 가족 보상 외 국민이 체감할 만한 사고수습 모습을 보이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의 약속을 꼭 지키고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도 약속했다.
화정아이파크 리빌딩 추진단은 그를 위한 선발대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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