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년 7개월 만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앞으로 5년 동안 37조 원을 투입한다.
2018년 10월에 내놨던 투자계획과 비교해보면 투자의 절대적 규모는 줄었다. 당시 신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모두 5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다만 신 회장은 이번 투자계획에 바이오와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새 성장동력 육성을 포함해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했다는 점이 과거와 차별화한 지점이다.
24일 롯데그룹이 발표한 향후 5개년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기존 주력 사업군 이외에 새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에도 투자가 할당된 점이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전통적으로 식품과 유통, 화학, 호텔 등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롯데지주가 2021년 11월 처음으로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주력 사업부문은 식품과 유통, 화학·건설, 관광·서비스 등으로 구분돼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각 사업부문을 헤드쿼터(HQ) 체제로 편성해 식품군HQ, 유통군HQ, 화학군HQ, 호텔군HQ 등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이번 투자계획을 통해 주력 사업군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화학군HQ만 보면 7조8천억 원을 투자해 고부가 특화사업과 범용 석유화학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와 생산 증설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의 미래 사업인 수소사업과 전지소재사업에도 1조6천억 원 이상 들어간다.
유통군HQ에는 투자금을 8조1천억 원 배정했다. 롯데쇼핑의 핵심인 롯데백화점의 지점 재단장과 복합쇼핑몰 개발 등이 포함됐다.
호텔군HQ와 식품군HQ에도 각각 2조3천억 원과 2조1천억 원을 투자한다. 호텔군HQ는 호텔과 면세점 시설 투자에, 식품군HQ는 주류 포트폴리오 확대 및 미래 먹거리와 새 제품 개발 등에 투자금이 쓰인다.
롯데그룹이 기존 주력 사업군에 투자금 22조 원가량을 할당한 것은 말 그대로 이 사업군들이 롯데그룹의 뿌리이자 기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새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사업에도 주력 사업군 못지않게 투자보따리를 대거 풀기로 했다.
우선 바이오사업과 관련한 미래 계획이 좀 더 선명해졌다.
롯데그룹은 곧 설립할 바오이사업 전담 법인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앞으로 국내에 공장을 만드는 데 1조 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제약회사의 미국 뉴욕공장 인수 사실을 알리면서 밝히지 않았던 내용이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면서 인천 송도 등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해 규모의 경제를 단기간에 이뤘던 만큼 롯데그룹이 이런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모빌리티사업 육성에도 롯데그룹은 투자한다.
롯데그룹은 미래 운송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관련해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각종 오프라인 자산을 항공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롯데그룹은 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 투자금액을 정확히 밝히진 않았다.
대신 롯데렌탈의 전기차 도입에만 모두 8조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문다는 판단 아래 롯데렌탈이 운영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 24만 대로 바꾸는 것이다.
신 회장이 신규 사업 육성에 얼마나 진심을 보이고 있는지는 각 분야별 투자금액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롯데그룹은 신사업과 건설, 렌탈, 인프라 등을 합친 분야에 전체 투자금액 37조 원의 41%를 쓰기로 했다. 전통적 사업군의 경쟁력 강화에 들이는 투자금과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신 회장은 이번 투자계획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투자시계를 빠르게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이미 헬스케업사업을 전담할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바이오사업을 전담할 롯데바이오로직스까지 만드는 등 새로운 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이 주력 사업과 미래 사업을 아우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짠 만큼 앞으로 각 사업군별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좀 더 계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실시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외부인력을 대거 수혈하면서 롯데그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외부인재가 수장으로 온 사업부나 계열사들은 이미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등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