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이 패션업계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형종 대표가 패션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섬이 주력브랜드인 ‘시스템’의 캐주얼 제품군인 ‘시스템2’를 출시하면서 제품군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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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종 한섬 대표. |
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하면서 여성복 브랜드 ‘타임’ ‘마인’ 등과 함께 한섬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한섬은 업계 최초로 ‘시스템’ 브랜드의 제품군을 확대할 때 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고 기존 브랜드명 뒤에 숫자를 붙이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프리미엄 제품군인 ‘시스템0’(가칭)을 추가로 출시한다.
한섬 관계자는 “올해 시스템의 매출목표는 1300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보다 매출을 30% 늘려잡은 것”이라며 “국내 패션업계가 어려운 만큼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기존 아이템과 상품구성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변화를 위해 제품군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의 패션회사들이 기존브랜드와 매장을 철수하는 등 실적부진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한섬은 투자를 확대하며 나홀로 고공성장하고 있다.
김형종 대표가 세운 ‘고가브랜드로서 경쟁력 유지’ 전략이 최근 패션업계가 직면한 소비양극화와 가치소비 문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는 최근 고가와 저가브랜드 시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여기에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비싼 값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는 가치소비 추세까지 더해졌다.
김형종 대표는 2014년 초에 “멀리 내다보고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불황이라고 다들 움츠려 있지만 지금 투자를 해야 경기가 좋아지는 시점에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패션업계가 성장가능성이 높은 패션 잡화와 스포츠 영역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며 “당장 눈앞의 매출과 이익에 급급하기보다 한섬이 보유한 브랜드 가치를 지켜 나가면서 진정한 패션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섬은 최상위소득군을 주요 소비자층으로 둔 고가브랜드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고가브랜드 시장은 상품단가만큼 진입장벽이 높아 매출상위권 변동이 크지 않다.
특히 최상위소득군은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소비를 줄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2014년과 비교해 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VIP고객 매출은 같은 기간 9% 늘었다.
이런 영향으로 계열사인 현대백화점 뿐 아니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잇따른 신규출점도 한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섬의 대표브랜드인 ‘타임’은 지난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3사의 주요 12개점 가운데 10개점에서 고가 여성복브랜드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3월 동대문시티아울렛과 4월에 송도프리미엄아울렛을 열었고 하반기에 가든파이브를 새로 연다. 신세계백화점도 6월 김해와 9월 하남에 새로운 매장을 출점하면서 한섬이 덩달아 매장확대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한섬은 올해 매출 7183억 원, 영업이익 816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16.4%, 영업이익은 23.4% 늘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