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마지막 고비인 용선료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한진해운보다 먼저 용선료 협상을 시작한 현대상선이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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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현재 23곳의 해외선주와 용선료 인하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최근 채권단이 내건 자율협약 조건 3가지 가운데 2가지를 충족하며 마지막 과제인 용선료 협상만을 남겨놓았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벌이는 해외선주는 모두 23곳으로 현대상선보다 1곳 많다.
현대상선이 주로 그리스의 대형 선주들에게 배를 빌린 반면 한진해운은 독일과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선주들에게 배를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선주들과 각각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몇 곳의 대형 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대상선에 비해 한 선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용선료 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상선의 경우 한해 동안 내는 용선료 9700억 원 가운데 주요 선주 5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른다. 그리스의 다나오스 한 곳이 현대상선에 빌려준 배만 13척이다.
반면 한진해운은 여러 선주에게 각각 1~8척의 배를 빌렸다. 용선료를 인하해도 한 곳의 선주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지 않다.
한진해운 선주들이 중소형 선주 위주로 구성된 점도 한진해운에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중소형 선주의 경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느니 용선료를 인하해 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선주들이 선례를 남기기 부담스러워 하는 점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해외선주들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외에도 글로벌 대형 해운사 대부분과 용선계약을 맺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용선료를 인하해 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과 벌인 용선료 협상에서 해외선주들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선주가 용선료를 깎아준 선례가 거의 없다”며 “이번에 용선료를 인하해 줄 경우 다른 해운사가 비슷한 이유로 용선료 인하를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팬오션과 대한해운도 법정관리에 앞서 용선료 인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선주가 용선료를 깎아준 것은 단 한 번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해운사 '짐(ZIM)'은 선주들과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용선료 협상을 진행했는데 당시 용선료를 인하하는 데 성공했다. 짐의 사례는 세계 해운업계에서 드문 용선료 협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진해운은 당시 짐의 용선료 협상에 투입됐던 영국계 로펌 ‘프레시필즈’를 이번 용선료 협상을 위한 자문 로펌으로 선정했다.
용선료가 줄면 당장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해외선주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선주 가운데 한 곳인 그리스 나비오스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강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