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아모레퍼시픽에서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주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이번 횡령사건을 밖으로 알리지 않고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명한 윤리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횡령사건으로 신뢰 흔들, 주주들 '아몰래퍼시픽' 비난

▲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갈무리>


17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직원들의 횡령사건을 적발했다. 

아모레퍼시픽 영업담당 직원 3명은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빼돌리거나 허위 견적서 또는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횡령한 자금은 모두 30억 원가량으로 주식, 가상자산 투자 및 불법도박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사건에 가담한 직원들은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은 구체적 징계 수위와 정확한 횡령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횡령액의 대부분을 회수해 회사의 재무적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앞으로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영업활동을 보장하면서도 불법행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횡령금액의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건 수습과정에서 보인 태도로 인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번 횡령사건을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처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공시도 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횡령금액이 공시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이기 때문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횡령·배임 규모가 자기자본대비 5% 이상인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자기자본은 4조8천억 원으로 이번 횡령사건은 의무 공시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이 기업 신뢰와 주가 하락 등을 우려해 불미스러운 문제를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하려 했다는 점이 오히려 주주들의 불신을 키운 상황이 됐다.

아모레퍼시픽 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번 횡령사건과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면서 회사가 이번 사건을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 것을 빗대 ‘아몰래퍼시픽’이냐고 비난했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에서도 잇따른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횡령 테마주’에 아모레퍼시픽이 포함되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용산에 신사옥을 건립한 이후 불운이 이어지면서 ‘마천루의 저주’를 피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마천루의 저주는 1999년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고층빌딩을 짓는 시기는 대체로 호황기이지만 건물이 완성될 때는 거품이 빠져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주로 기업이 고층빌딩을 지은 뒤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앞서 롯데그룹이 555m에 이르는 국내 최고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지으면서 노동자 사망 등 사고와 신동빈 회장와 측근들의 횡령, 뇌물 혐의 등의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이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말 용산에 신사옥을 완공해 입주했는데 이후 ‘사드사태’로 중국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으며 이후 코로나19 위기까지 이어져 실적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맹점과 갈등을 겪으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2020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가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횡령사건은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7일 15만7천 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3.09%(5천 원) 낮아졌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