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손해보험사업을 맡을 강병관 BNPP카디프손해보험 대표이사 내정자의 이력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 강병관 BNPP카디프손해보험 대표이사 내정자.
금융지주 소속 보험사 대표들이 대부분 그룹에 오래 몸담은 임원 출신이거나 경영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것과는 크게 다르다.
디지털과 손해보험업 모두에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고 하지만 다른 보험사의 40대 젊은 부장을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영입하는 것은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아주 드문 일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아직까지 어떤 기업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디지털 손해보험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강병관 전 삼성화재 부장을 BNPP카디프손해보험 대표이사에 내정한 것을 시작으로 BNPP카디프손해보험을 디지털 보험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전략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BNPP카디프손해보험은 규모가 작은 손해보험사다.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특종보험을 주로 판매하는데 수익 규모가 크지 않다. 2021년에는 77억 원 적자를 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런 BNPP카디프손해보험을 디지털 보험사로 탈바꿈하고 상품 포트폴리오도 크게 손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BNPP카디프손해보험 인수결정을 알리면서 “카디프손해보험의 직원은 60여 명, 판매사 직원까지 합치면 200여 명밖에 안 돼 판매채널을 디지털중심으로 구축하기에 오히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 내정자는 신한금융지주의 계획 추진에 필요한 모든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가장 최근에 삼성화재에서 한 일만 봐도 조 회장이 꼭 원했던 인재로 판단된다.
강 내정자는 삼성화재에서 국내외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서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는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또한 조 회장은 디지털 스타트업 등 외부기업과 협업을 통해 BNPP카디프손해보험을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키운다는 방침도 세워 놓고 있다.
이런 전략적 틀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꾀하려면 소통 능력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강 내정자는 디지털과 손해보험 두 분야에 두루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 조직 안팎으로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강 내정자가 짊어질 책임감의 무게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캐롯손해보험이나 하나손해보험 등 기존 디지털 손해보험사뿐 아니라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등에 업은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와도 경쟁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이르면 3분기부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많은 금융회사가 디지털 손해보험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는 없다”며 “국내외 유수 기업과 합작을 통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해외 손해보험시장 지분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강 내정자의 경험과 전문성은 BNPP카디프손해보험의 변화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1977년생으로 올해 만45세다. 보험업계에서 대표적 40대 젊은 경영인으로 꼽히는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보다 세살 아래다.
강 내정자는 포항공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뒤 글로벌, 대외 제휴, 투자 전략, 전사 경영,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대학생일 때는 ‘카페24’ 등 스타트업에서 IT 솔루션·서비스 개발 프로그래머로 일한 적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BNPP카디프손해보험 인수가 마무리된 뒤 강 내정자를 사장으로 정식 선임할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BNPP그룹과 BNPP카디프손해보험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 자회사 편입에 관한 금융당국의 인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르면 7월 인가가 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