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토어는 11일 코스피 상장 철회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12~13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상장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원스토어는 애초 3만430원~4만1700원을 희망공모가 범위로 설정했다. 9~10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공모가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국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6일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까지 이달 상장에 나선 SK스퀘어 자회사들이 모두 공모주 흥행에 실패해 상장이 미뤄지게 됐다.
박 부회장은 비상장 자회사들을 잇따라 상장시키며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잇단 상장 실패로 SK스퀘어 성장전략에 의문부호가 붙게 됐다.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부문 투자전문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아 SK하이닉스로부터 받는 배당금 이외에는 특별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없다. SK스퀘어으로서는 자회사의 상장자금이 절실한 것이다.
박 부회장은 2021년 8월 26조 원 대로 추산된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를 2025년까지 75조 원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순자산가치를 19조 원대에서 40조 원대로 늘리고 정보통신기술(ICT)기반의 비상장 플랫폼 자회사를 상장시켜 확보한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순자산가치를 7조 원대에서 25조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 새로운 정보통신기술기업에 투자를 해 10조 원대의 순자산가치를 확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SK쉴더스는 SK스퀘어의 비상장 자회사 가운데 가장 탄탄한 실적을 올린 자회사였음에도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른 증시침체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흥행이 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물리보안 1위 업체 에스원보다 높은 몸값이 산정돼 시장으로부터 고평가 논란이 지속됐다는 점이 상장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렇듯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에 대해서도 박 부회장이 원하는 몸값을 받아내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모두 지속해서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장성을 앞세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 이커머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모빌리티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SK스퀘어와 원스토어 상장에서 공모주 가운데 구주매출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공모주 흥행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 점도 박 대표에게는 향후 자회사 상장 추진에 있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상장자금이 기업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되기보다 기존 투자자들의 출구전략에 활용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쉴더스에 앞서 올해 1월 상장철회를 결정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물량에서 구주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나 됐다.
원스토어의 공모주 내 구주매출 비중은 29%, SK쉴더스는 47%에 이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쉴더스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앞서 “전체 공모물량 가운데 46.7%가 구주매출로 구성됐는데 이는 SK텔레콤이 SK쉴더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함께 참여한 사모펀드(PE)의 구주매출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최 연구원은 “공모를 통한 유입한 현금의 절반이 회사가 아닌 사모펀드 측으로 유입된다는 점은 멀티플(주가 적정배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스퀘어 관계자는 "기업공개만이 SK스퀘어 성장전략의 전부는 아니다"며 "신규 지분투자, 사업제휴 등 주요 전략은 잘 이행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실적 성장에 따른 배당수익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