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이 배터리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거센 추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ATL이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고객사 확대에 성과를 내 왔지만 원가 상승 부담을 안아 수익성이나 시장 점유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11일 “배터리 소재 가격 급등과 중국의 강경한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쩡위친 CATL 회장이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CATL 지분 24.4%를 보유하고 있는 쩡위친 CATL 회장의 자산가치는 4월 초 448억 달러에서 현재 326억 달러까지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CATL 주가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포브스는 CATL이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원가 상승에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 한 점이 투자자들의 우려로 이어져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연간 280%, 올해 연초 대비 현재까지 약 130%에 이르는 상승폭을 나타냈다.
CATL은 리튬을 주로 활용하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어 원가 상승에 따른 직격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포브스는 특히 CATL이 소재 원가 상승분을 배터리 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을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CATL이 전기차 배터리사업 초기부터 가격 경쟁력을 핵심 무기로 앞세워 테슬라와 BMW 등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낸 만큼 배터리 단가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CATL은 전기차 배터리 세계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거센 추격에 직면하고 있다”며 “배터리 가격 인상은 고객사 수요가 경쟁사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은 일반적으로 전기차 생산 원가의 30~40%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CATL이 세계 1위 업체로 자리잡은 것은 이런 고객사들의 수요를 반영해 배터리를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 데 따른 성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CATL이 소재 원가 상승을 배터리 가격에 연계해 단가를 높인다면 고객사에서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고 이는 결국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경쟁사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CATL은 이런 점을 고려해 현재까지 대부분의 소재 가격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면서 배터리 가격을 크게 인상하지 않는 정책을 써 왔다.
그 결과 CATL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24% 감소했고 이는 주가 하락을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CATL 주가는 약 12%, 연초 대비 29%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포브스는 CATL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울 만한 대응책을 내놓아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배터리 원가 상승을 만회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라는 의미다.
CATL이 꾸준한 배터리 소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이기지 못하고 단가를 인상하기로 결정한다면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을 빼앗으며 추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CATL이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CATL은 최근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벌여 배터리 소재 광물을 직접 채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소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은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브스는 중국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분석을 인용해 “CATL은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따른 전기차공장 가동 중단과 전기차 수요 감소 등 다양한 원인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당분간 실적 전망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