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시가 지나친 고평가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2000년 전후 ‘닷컴버블’ 붕괴와 같은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10일 논평을 통해 “미국증시 상승 잔치의 시간은 끝났다”며 “주가가 너무 비싸진 지금의 시장 상황은 2000년 닷컴버블 당시와 놀랍도록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실적 대비 지나치게 상승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앞으로 증시 하락을 주도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포함된 IT기업의 평균 매출 대비 주가는 2021년 말~2022년 초 기준으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과 가장 유사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최근 기술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 일시적 변화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닷컴버블과 같은 대규모 주가 붕괴에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심화 등 닷컴버블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변수들도 증시 하락에 압력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2000년 닷컴버블 붕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본격화됐기 때문에 앞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맞춰 시장 상황이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증시 주요 기술주 하락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시로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아크이노베이션펀드 ETF 수익률을 꼽았다.
아크이노베이션펀드는 첨단 기술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변동이 발생할 때 수익률이 가장 크게 움직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때 아크이노베이션펀드 수익률은 최고 300%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오히려 투자한 자산 가치가 5년 전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에 놓였다.
블룸버그는 최근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도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로 가장 강력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 붕괴를 예측할 수 있는 여러 위험신호가 최근 주가 흐름에서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다수의 투자자들은 잔치가 끝난 뒤 즐겁지 않은 시장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경기 침체와 관련한 공포감도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