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몸이 불편한 사람도 좋은 커피를 쉽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사회적기업 아로마빌커피의 모토다.
 
시력 잃고 장애인용 드립커피 개발, 아로마빌커피 대표 노환걸의 경영

▲ 노환걸 아로마빌커피 대표.


아로마빌커피는 장애가 있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착한커피'를 공급할 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9일 사회적업계에 따르면 아로마빌은 장애인을 비롯해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 제품을 만들면서 국내 핸드드립 커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아로마빌커피는 커피와 차 및 이와 관련된 용품 등을 만드는 회사다. 2001년 설립됐고 2018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직원 규모는 20명 정도다.

아로마빌커피는 장애가 있는 사람도 커피를 쉽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걸이식 드립백 형태 대신 종이컵 형태의 종이필터를 이용하는 ‘핸드립’ 제품을 개발했다.

특히 1급 시각장애인인 노환걸 대표가 아로마빌커피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그는 시신경이 점차 손상돼 결국 시력을 상실하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불편함에도 여전히 경영 전반에 참여하면서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다.

노 대표는 동서식품에서 커피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시력에 문제가 발생했고 업무 실수 등이 잦아지면서 결국 40대의 이른 나이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시각장애인 등산 동호회 등에 나가는 등 사회 활동을 이어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이에 아내가 운영하던 소규모 커피공장인 아로마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노 대표는 시각을 잃은 만큼 후각을 통해 풍부한 커피 향을 내는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특히 평소 즐겼던 핸드드립 커피를 시각장애인 등도 손쉽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종이컵 형태의 필터를 쓰는 핸드립 제품을 개발한 이유다.
   
아로마빌커피의 핸드립 제품은 종이컵 형태의 종이필터를 컵에 올린 뒤 분쇄된 원두커피를 넣고 물을 부으면 된다.

대부분의 컵에 안정적으로 종이필터 컵을 올려놓을 수 있는 만큼 드립백에 견줘 커피를 내려 마시기 무척 편하다. 드립백 커피는 물을 조심스럽게 계속 부어야 해 시력이 약하거나 손의 움직임이 서툰 사람은 다루기 까다롭다. 

노 대표는 환경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컵은 천연펄프 재질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 원두의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커피 포장에는 질소충전방식을 통한 무산소 공정을 적용했다.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자신이 시각장애인인 만큼 안정적 일자리를 얻지 못해 힘들어하는 장애인 등이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소년소녀 가장돕기 운동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아로마빌커피 관계자는 “현재 취약계층 직원 비중은 20% 정도”라며 “취약계층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다”고 말했다. 

안정적 실적을 내기 위한 실적 다각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력 잃고 장애인용 드립커피 개발, 아로마빌커피 대표 노환걸의 경영

▲ 아로마빌커피가 판매하는 '핸드립' 제품 이미지. <아로마빌커피>

  
아로마빌커피는 디카페인 커피와 블루마운틴 커피 등을 새로 내놓으면서 제품군을 늘렸고 지난해 말에는 홈쇼핑 시장에 처음 진출하기도 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아로마빌커피는 5월 말 태국에서 열리는 국제식품박람회와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식품박람회에 연이어 참여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국제식품박람회가 속속 재개되는 가운데 아로마빌커피는 국제식품박람회를 통해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겠다는 것이다.

아로마빌커피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판매처를 다각화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