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5-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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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이사가 주류 품목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신세계L&B에 따르면 올해 발포주와 위스키에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수출용 과일소주까지 품목을 넓히며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다지고 있다.
▲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이사.
신세계L&B는 5월 말부터 수출용 과일소주를 생산해 베트남, 싱가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올해 3월 말에는 발포주 ‘레츠’를 새로 출시하고 올해 매출 100억 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2번째로 잘 팔리는 버번 위스키 브랜드 '에반 윌리엄스'를 국내에 들여온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제주위스키를 비롯해 한라위스키, 탐라위스키, 조천위스키 등 14개 상표의 출원을 특허청에 신청하면서 위스키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수출용 과일소주사업은 지난해 신규 위스키 브랜드 수입에 이어 올해 발포주 론칭과 같은 맥락으로 다양한 주류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소비자 접점을 늘려 종합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신세계L&B가 이처럼 다양한 주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수익성과 자생력을 강화하겠다는 우 대표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L&B는 2008년 설립된 이후 사업 초반에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에 와인을 납품하는 협력사 지위에 그쳤지만 점차 매출을 키워가며 자생력을 갖춘 독자적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세계L&B는 2010년대 중반까지도 이마트와 이마트24,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의 주요 유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웃돌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그룹 계열사를 벗어나 외부 유통채널로 거래처를 넓히고 직영 주류전문매장인 ‘와인앤모어’ 론칭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에 힘입어 내부 거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 4개년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2017년 65%, 2018년 60.1%, 2019년 57%, 2020년에는 50%로 낮아졌다.
재무상태 또한 개선되고 있다.
2019년 매출이 1천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코로나19 위기로 ‘홈술족’이 늘면서 2020년에는 1453억 원, 2021년에는 약 2천억 원가량을 거두며 2년 만에 매출이 2배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까지 5억 원 안팎을 거두는 데 그쳤지만 2018년 25억 원, 2019년 32억 원, 2020년 103억 원, 2021년 21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실적개선을 이끈 우 대표는 주류업계에만 30년 이상 몸담은 주류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2018년 12월부터 신세계L&B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61년에 태어나 1986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뒤 주류회사에서만 일해왔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마케팅부문 상무로 일하면서는 브랜드 ‘처음처럼’, ‘클라우드’ 등의 마케팅 및 기획에 참여해 성과를 거둔 경험도 있다.
2018년 말 당시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유일하게 외부에서 수혈된 인물로 그동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신세계그룹의 주류사업을 반등시키는 과제를 부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 대표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우 대표가 신세계L&B와 함께 대표를 맡고 있던 제주소주가 지난해 사업을 접은 것이다.
이마트는 2016년 제주도 향토 소주회사를 190억 원에 인수해 제주소주를 설립했다.
제주소주는 ‘푸른밤 소주’를 출시하고 가수 소유씨를 섭외해 홍보전에 나서는 등 힘을 쏟았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한계에 부딪혔고 좀처럼 선호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 소주시장의 특성에 해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늘어 2020년에는 결손금이 610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마트가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소주에 추가로 출자한 금액만 670억 원에 이르렀다. 이같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제주소주는 2021년 6월 사업을 접고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현재 제주소주 공장과 부지는 신세계L&B의 소유다.
신세계그룹이 수출용 과일소주 생산을 시작으로 소주사업에 재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지만 신세계L&B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앞선 제주소주의 실패경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소주는 아직 해외 수출 상품만 생산하는 것으로 국내 소주시장에 재진출하는 계획은 없다”며 “이번 소주사업은 제주소주 사업소에 있는 제조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과일소주는 2015년 한때 열풍을 일으켰지만 국내에서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에 주류업계는 과일소주 물량을 해외시장으로 돌렸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는 한국 식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영향을 받아 과일소주는 최근에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소주 수출액은 1억6337만 달러로 2020년 1억3514만 달러와 비교해 20.9%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과일소주 수출금액은 1년 전보다 63.3% 증가한 8095만 달러로 일반 소주 8242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우 대표는 올해 3월 발포주 '레츠'를 출시하며 “이번 발포주 브랜드 론칭으로 신세계L&B가 와인 1위 수입사를 넘어 진정한 종합주류 유통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