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5-04 16: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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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정부가 국내 은행들의 대출규제를 풀고 소비자 정보 강화 측면에서 예대금리 공시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대출 정책 관련 굵직한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적정 한도와 금리를 통해 대출을 늘리려는 은행권의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4대 시중은행 로고.
다만 아직 각 국정과제와 관련한 구체적 실행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각 제도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여전한 만큼 금융소비자의 효용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4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담긴 은행권 대출 관련 정책은 ‘한도 확대’와 ‘금리 인하’로 요약될 수 있다.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대출규제 정상화’와 예대금리(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를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향상’이 각각 9번째와 37번째 과제로 들어갔다.
그동안 진행했던 규제를 일부 풀어줄 테니 예대금리 공시 과정에서 대출금리를 낮춰 소비자 효용을 높이라는 것인데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권의 대출 상품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출규제 정상화 과제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한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대선 이후부터 새 정부 출범 기대감에 대출한도를 조금씩 풀어왔는데 대출규제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명확한 방향성이 나온 만큼 한도 확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의 예대금리 공시를 강화하기로 한 점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예대금리 공시제도 강화는 은행별 대출금리 산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되는데 이는 은행의 경쟁을 유발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윤석열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 공시 주기를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은행의 금리산정체계 및 운영방식을 점검하기로 했다.
은행의 대출상품은 얼마만큼의 돈을 얼마나 싸게 빌려 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한도와 금리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한곳이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거나 한도를 늘리면 뒤이어 비슷한 방향으로 상품운용 방식을 바꾸는 등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서로 눈치를 보며 대출 정책을 펼치는 경향을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도와 금리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의 눈치싸움이 심화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각 정책이 구체화하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당분간 각 은행의 대출상품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대출규제 정상화를 내걸었으나 국정과제에는 생애 최초 구입자를 향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를 우선 추진하고 LTV규제를 합리화한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가계대출총량규제 폐지 등 다른 구체적 완화책은 담기지 않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 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만 완화해서는 한도 확대 효과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정과제에 대출규제 정상화가 포함된 만큼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완화해도 전체 소득에서 얼마까지 빌릴 수 있다고 정해놓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다수의 금융소비자의 한도 변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대금리 공시 강화가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지금도 은행연합회에는 각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개인의 신용등급별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조정금리로 나뉘어 공시되고 있는데 금융소비자가 금리를 비교해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을 고르는 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 4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현황 자료.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화면 캡쳐>
업계에서는 현재 공시 수준에서 공시 기간만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든다면 예대금리 공시 강화 정책이 소비자 보호라는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할 것으로 바라본다.
대출규제를 푼 상황에서 예대금리 공시 강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해 은행의 높은 예대금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은행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금도 은행들이 예대금리를 공개하고 있는데 정작 소비자는 내용이 어려워 상품 선택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며 “공시 기간 단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눈높이에서 정확히 은행별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