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릉골구역 재개발조합은 다음달 18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결정한다.
정릉골구역 재개발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에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테라스를 갖춘 타운하우스 80개동 1411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6027억 원으로 예정됐다.
정릉골은 1960년대 철거민들이 모여 판자촌을 이루며 살던 곳으로 생활시설이 낙후해 2012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10년 만에 시공사를 찾게 됐다.
이 지역은 북한산 자락의 자연경관지구에 포함돼 용적률 제한을 받고 있어 고층 아파트 대신 저층 타운하우스가 조성된다.
3월11일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6개 대형건설사를 포함해 모두 8곳이 참석했으며 입찰 결과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대결을 펼치게 됐다.
타운하우스는 대개 2~3층 규모의 주택을 10가구 이상 붙여서 짓는 것으로 정원과 담 등을 공유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고급연립주택단지나 단독주택단지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층수가 낮아 높은 시공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인테리어나 단지 조경의 고급화가 중요한 승부처로 꼽힌다.
하 사장은 국내 최고급 주택단지로 꼽히는 서울시 용산구 나인원한남을 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2018년 글로벌 건축설계 회사인 SMDP와 함께 나인원한남 시공에 참여했다. 단지 내 순환 산책로와 수영장, 사우나, 호텔급 라운지, 체육관, 파티 공간, 와인창고 등을 조성하며 최고급단지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를 보면 나인원한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집으로 기록됐다.
정릉골은 인근에 북한산국립공원과 정릉천이 있어 풍부한 녹지공간을 누릴 수 있고 경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으로 교통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롯데건설은 정릉골구역에도 나인원한남 같이 최고급 조경과 인테리어를 갖춘 단지 조성을 제안해 포스코건설을 꺾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 역시 현재 제주도에 120세대 타운하우스를 짓고 있지만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롯데건설이 조금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 사장이 정릉골구역 재건축사업을 따내면 2020년 부산 대연8구역에서 포스코건설에 패한 것을 되갚아 줄 수도 있다.
대연8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가 8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대형 사업으로 롯데건설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에 나섰지만 포스코건설에 계약을 내줬다.
여기에 롯데건설이 정릉골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2조 원 수주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하 사장은 올해 초 성수1구역 재건축부터 최근 미아3구역 재개발까지 서울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올리며 4월까지 1조3983억 원을 수주했다.
정릉골구역 재개발의 사업비가 6천억 원 규모인 만큼 이를 더하면 2조 원으로 지난해 거둔 2조223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상반기 안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릉골구역 인근의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요즘 원자재값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데 정릉골구역은 다행히 경쟁구도가 형성됐다”며 “대안설계나 금융지원 같이 시공사가 제안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 달 열릴 설명회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