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3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 도입을 앞둔 제18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내년부터 양산하는 3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물량을 모두 애플과 인텔에만 배정하며 고객사에 따라 공정 기술을 차별화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애플과 인텔을 경쟁자로 두고 있는 AMD 등 주요 고객사가 신공정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TSMC보다 먼저 3나노 공정 도입을 예고한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AMD가 차세대 ‘젠5’ CPU를 계획대로 TSMC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내년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는 3나노 미세공정 물량을 모두 애플과 인텔 등 ‘VIP’로 꼽히는 고객사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TSMC에 아이폰과 맥PC용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독점적으로 맡기는 최대 고객사고 인텔도 위탁생산 물량과 단가 등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고객사로 꼽히고 있다.
반면 TSMC의 3나노 미세공정 도입 직후 생산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요 고객사에만 3나노 반도체 초기 물량을 모두 배정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AMD와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그동안 TSMC의 최신 공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던 반도체기업들이 이 때문에 3나노 공정 적용 시기를 최장 1년까지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애플과 인텔이 이르면 내년부터 3나노 기반 프로세서를 제품화해 선보이는 사이 다른 반도체기업들은 한 단계 뒤처지는 5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를 시장에 선보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AMD는 PC용 프로세서시장에서 인텔과 애플을 상대로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만큼 TSMC의 최신 공정 활용에 소외되는 일이 시장 경쟁력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될 수 있다.
3나노 미세공정 기술 공정 난이도와 반도체장비 수급 차질 문제를 고려할 때 TSMC가 단기간에 3나노 반도체 생산라인을 충분히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문제는 2025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2나노 미세공정 등 차기 공정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 TSMC가 앞으로 계속 애플과 인텔 등 주요 반도체기업과 다른 고객사를 차별화해 시스템반도체기업들 사이 기술 격차에 원인을 제공하며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TSMC의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이런 시장 변화에 반사이익을 볼 기회가 열릴 수 있다.
▲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안내. |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TSMC보다 최소 반 년 정도는 빨리 양산을 시작하는 셈이다.
AMD와 엔비디아, 퀄컴 등 TSMC와 삼성전자에 모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던 고객사들은 그동안 대체로 TSMC의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디지타임스 보도와 같이 TSMC의 최신 공정을 애플과 인텔에서 모두 선점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들이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결국 애플과 인텔 이외 반도체기업들의 위탁생산 주문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수주하면서 최신 공정 기반으로 중요한 수주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인텔은 앞으로 2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자체 파운드리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TSMC에 외부 생산을 맡기는 대신 직접 주요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을 통해 고객사들에 기술력과 반도체 공급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는다면 향후 TSMC의 생산 능력에 여유가 생겼을 때도 수주 물량을 어느 정도 유지할 공산이 크다.
인텔도 2나노 이하 파운드리를 통해 고객사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AMD와 엔비디아 등 인텔의 직접적 경쟁사가 파운드리 고객사로 진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분간 삼성전자가 TSMC의 최신 반도체 미세공정 생산능력 부족 사태에 충분한 반사이익을 보고 미래 사업 기회도 키울 여지가 열려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파운드리 수율 안정화와 고객사 수주 확보를 통해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부족 사태에 맞춰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AMD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과 최신 공정 기반의 반도체 위탁생산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AMD가 TSMC의 기존 5나노 공정에 최신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맡기는 대신 설계기술 발전을 통해 기술 격차를 극복하는 쪽으로 대안을 찾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