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말 보험사 RBC(위험가중자본)비율.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금융변동성을 확대해 국내 보험사의 투자성과와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항공보험, 해상보험, 운송보험, 수출신용보험 등 다양한 종류의 보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항공보험은 막대한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항공기 대여 계약을 철회하도록 하는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유럽에서 대여해온 약 100억 달러 상당의 항공기를 억류했다.
국내 보험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투자한 사례가 많지 않아 손해액 증가 등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유럽에 진출해 있는 국내 보험사는 모두 6개로 영국과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5개국에서 5개의 법인과 6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러시아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의 전체 부동산, 주식, 채권 투자 가운데 해외투자 비중은 2021년 말 기준 약 12.8%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보험금 청구액이 커지고 이에 따라 보험회사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게다가 이와 같은 현상이 장기화되면 보험사고 발생 시점과 보험금 지급 사이에 시차가 큰 상품 부문에서 준비금 부족이 벌어질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 우려와 긴축 기조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한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지급여력비율 감소로 이어져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21년 말 1.5% 수준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올해 4월29일 기준 2.938%에 이른다. 국내 국고채 10년물의 평균 금리도 2021년 12월 2.04%에서 4월29일 기준 3.245%로 급등했다.
보험회사는 일반적으로 채권에 가장 많은 비중의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채권금리가 오르면 자산운용 수익률이 높아진다.
다만 채권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평가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RBC(위험가중자본)비율이 떨어져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순자산을 책임준비금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상용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회사의 자본은 채권 위주 투자와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 금리 변화에 민감하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금융변동성의 2차 충격으로 인한 영향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