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중국정부의 정책변화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전기차배터리사업을 확대하는 데 삼원계 이슈에 이어 또다른 걸림돌을 만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 전기차배터리 규범조건 또 변경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정부의 전기차배터리 규범조건에 대해 인증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SDI LG화학, 중국정부 전기차배터리 장벽에 한숨  
▲ 조남성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중국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생산능력, 품질, 연구개발 역량 등 6가지 항목을 규범조건으로 만들어 전기차배터리업체들에게 이를 충족한 뒤 중국정부에 등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권고사항을 놓고 중국정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중국 배터리업체들을 관리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의 일종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정부는 올해 7월부터 이 규범조건 등록제를 권고에서 의무사항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또 중국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배터리업체의 전기차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즉 규범조건과 보조금 정책을 연결해 중국정부가 중국은 물론이고 해외업체들까지 중국에서 영업하는 전기차배터리업체들을 직접 평가하고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만약 등록신청이 기각되면 중국에서 전기차배터리사업을 확대하는 데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차질없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4월에 이미 중국정부 쪽에 신청서를 보낸 상황”이라며 “결과는 중국정부에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삼성SDI보다 앞서 2월에 신청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SDI와 LG화학, 삼원계 이슈 이은 또 다른 악재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정부가 제시한 규범조건 자체만 놓고 보면 이를 쉽게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배터리팩 기준으로 1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과 국제 자동차산업품질보증규격 인증, 중국 현지에 자동화 설비보유 등 조건을 두 회사 모두 충족하고 있다. 

  삼성SDI LG화학, 중국정부 전기차배터리 장벽에 한숨  
▲ 삼성SDI의 전기차배터리 라인업.
중국정부가 별다른 이유없이 삼성SDI와 LG화학만 차별하기 어렵고 오히려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나갈 기회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정부의 규범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아 쉽게 통과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난립하고 있는 배터리회사들이 일부 정리되면서 기술력에서 앞서는 한국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범조건과 보조금을 묶은 것이 중국정부의 자국 전기차배터리산업 육성정책의 일환이며 해외업체에 대한 또다른 규제장벽인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일본 파나소닉이 이번 중국정부의 정책변경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됐다. 이들은 중국에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이 없어 규범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등록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규범조건 가운데 품질, 연구개발능력 등 항목들에서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삼성SDI와 LG화학이 중국정부의 결과발표를 낙관하기 힘든 이유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3번에 걸쳐 보조금 지급가능 전기차배터리업체를 발표했는데 아직까지 중국업체만 20여 곳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비야디, CATL 등 중국 전기차배터리 강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전기차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해 지난해 말 중국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왔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주력 배터리 종류인 삼원계배터리에 대해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중국 전기차배터리 공장증설을 보류하는 등 사업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원계 이슈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번 규범조건 등록제로 다시 중국 전기차배터리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며 “중국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실적개선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