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에 이어 독일 아우디와 BMW 등 세계 주요 전기차기업들이 니켈 기반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3사는 시장 변화에 맞춰 중국업체들이 주도하는 LFP배터리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거나 이를 대체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는 28일 “세계 전기차시장을 잠재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철 금속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리튬과 철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LFP배터리는 주로 중국시장에 출시되는 전기차에 탑재되며 미국과 유럽은 대부분 니켈과 코발트, 망간 기반의 NCM배터리에 의존하고 있다.
LFP배터리는 자연히 중국 배터리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원가가 비교적 저렴한 대신 주행거리와 무게, 안정성 등 측면에서 NCM배터리보다 다소 뒤처진다.
그러나 로이터는 세계 전기차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최소 12곳의 전기차업체가 LFP배터리 탑재 확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독일 아우디와 BMW가 적극적으로 시장 변화에 맞춰 LFP배터리를 처음으로 채용하거나 탑재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마커스 듀스만 아우디 CEO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LFP 배터리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CM배터리에 쓰이는 니켈 소재는 주로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만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제재 확대로 공급이 크게 줄어들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코발트는 최대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정치적 불안과 코로나19 및 에볼라 확산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기업인 테슬라는 이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LFP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1분기 전체 전기차 출하량 가운데 절반을 LFP배터리 차량으로 판매했다.
미국에서 최근 LFP배터리 차량 가격은 동결하고 NCM배터리 전기차 가격은 높이는 등 가격을 차별화하는 변화도 이뤄진 만큼 테슬라 LFP배터리 수요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LFP배터리 생산량의 약 90%는 CATL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CATL은 최근 유럽과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고객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3사는 중국 경쟁사들에 전기차 고객사를 빼앗길 가능성에 대응해 LFP배터리 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28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NCM배터리에서 코발트의 사용 비중을 낮추는 신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LFP배터리로 중국업체들과 맞경쟁하는 대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원가 절감 기술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7일 콘퍼런스콜에서 LFP배터리 등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 배터리업체들과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SK온도 LFP배터리 수주 가능성 등을 검토해 상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 주요 완성차기업들의 LFP배터리 탑재 확대가 본격화되면 한국 배터리3사의 대응 노력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로이터는 LFP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크기와 무게를 줄여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이뤄져야만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LFP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의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NCM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적 측면의 이점이 다소 낮아지고 있는 점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