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거래대금 급증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 시대를 열었던 대형 증권사들이 1년 만에 줄줄이 '1조 클럽' 타이틀을 반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든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 대형 증권사들도 보릿고개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 미래에셋증권(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로고. |
27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 고지에 오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년 전의 절반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업계에서 2021년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한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곳이다.
5곳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을 모두 더하면 2조250억 원에 이르는데 올해 1분기 추정치는 1조1205억 원에 불과하다. 1년 만에 무려 44.67%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1조 클럽 가운데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예측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1428억 원, 순이익은 1024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56.78%, 순이익은 60.26%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증권사들 모두 분기기준 역대 최고실적을 내며 일찌감치 영업이익 1조 원을 향한 기대에 부풀었는데 올해는 반대로 1분기부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주목해야할 점은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의 장기화 등으로 2분기 이후에도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1분기 실적뿐만 아니라 연간 실적 역시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계 영업이익 1위에 오른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조228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1년 1조4855억 원보다 17.31% 감소하는 것이다.
한국금융지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2940억 원에서 올해 1조2937억 원으로 0.02%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감소폭은 무려 31.4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939억 원에 이르렀지만 올해 전망치는 8870억 원에 불과하다.
이 외에 삼성증권과 키움증권도 전년 대비 -28.51%, -21.39%의 영업이익 감소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 원을 밑돈다.
지난해 1조 클럽에 입성한 5곳 증권사 가운데 과반 이상이 문턱을 넘지 못하는 셈이 된다.
올해 1분기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19조7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42% 급감했고 직전분기와 비교해도 13% 줄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더해 시장금리 급등과 증시 변동성 확대로 운용손익 또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세가 나타나는 등 유동성 축소에 따른 비우호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