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빌려준 돈이 부실화되면 그 충격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실에 비할 정도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최근 두 회사의 자구계획안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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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2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17일에 자구계획안을 각각 받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들은 이르면 5월 안에 자구계획안 조율을 끝내고 구조조정 감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에 6조175억 원, 삼성중공업에 3조6075억 원을 빌려줬다. 대우조선해양(6조8681억 원)보다 적지만 현대상선(2조4045억 원)과 한진해운(5075억 원)보다 훨씬 많다.
이는 장·단기 차입금만 집계한 것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포함하면 국책은행을 필두로 전체 신용공여 규모는 급증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4조~5조 원대의 신용공여를 각각 내줬다. 산업은행도 현대중공업에 약 2조 원을, 삼성중공업에 약 1조 원을 신용공여했다.
시중은행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처럼 충당금을 쌓아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조선업에 대한 위험노출액 5조3천억 원 가운데 현대중공업 3조1천억 원, 삼성중공업 1조4천억 원을 차지한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1조~2조 원을 각각 신용공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등급이 하락할 경우 충당금 부담을 크게 안게 된다. 여신건전성 등급이 요주의로 내려가면 전체 여신의 15%, 고정이하로 떨어지면 20~100%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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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올해 2분기에 충당금 부담이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신건전성 재분류 문제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으로 번질 경우 추가적인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챙겨야 한다고 채권은행들에 주문하고 있는데 두 회사 여신의 추가적인 부실화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수주부진을 근거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도 여신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권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평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현금자산을 충분히 보유했고 부채비율도 1000% 미만으로 대우조선해양보다 사정이 좋다”며 “자구계획안 제출은 선제대응을 통해 위기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