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투자신탁사, 연기금 등 국내 자본시장을 이끄는 다양한 법인형태의 투자자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주식시장의 근간이 되는 기업공개시장을 지배할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정보를 빠르게 잡아 투자에 활용하죠.
자금력도 막강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규모만도 165조8천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나는 이 종목을 사고 이 종목을 팔았는데, 기관투자자들은 어땠을까요. 증시 돋보기가 알려드립니다.
|
|
▲ 25일 장중 기관투자자의 순매도 순매수 상위 종목. |
[비즈니스포스트] 기관투자자가 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K반도체의 중국 내 위상이 크게 약화했다는 분석이 나온 점 등이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5일 국내 주식 정규시장(장 마감 뒤 시간외거래 미포함)에서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장중 1019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2068억 원어치를 사고 3087억 원어치를 팔았다.
25일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거래일인 22일보다 1.04%(700원) 내린 6만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관투자자는 직전거래일인 22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던졌다.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과 반도체업황 부진 가능성 등이 기관투자자의 삼성전자 주식 매도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8원 오른 달러당 1,249.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마감 직전 1250.1원까지 상승하며 2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투자자의 주식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주식 매도 후 달러로 바꿀 때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외국인투자자가 지분 50%를 들고 있어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방향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199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도체업황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 공급 규제 이후 K반도체의 중국 내 위상이 크게 약화했다는 분석이 나온 점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미국의 규제 이후 중국 반도체시장 동향’ 리포트를 통해 “2019년 이후 세계 최대 반도체시장인 중국에서 시스템반도체 강국 대만, 전통 반도체 강자 일본이 약진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K반도체는 중국점유율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기관투자자는 또 다른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를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는 SK하이닉스 주식을 455억 원어치 던졌다. 668억 원어치를 사고 1123억 원어치를 팔았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26%(2500원) 하락한 10만8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밖에 네이버(-372억 원), 엘앤에프(-250억 원), 삼성SDI(-244억 원) 등이 기관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종목 5위 안에 들었다.
기관투자자는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장중 4361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직전거래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기관투자자가 이날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현대차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는 현대차 주식을 558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1332억 원어치를 사고 774억 원어치를 팔았다.
현대차 주가는 1.11%(2천 원) 오른 18만2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가 차량용반도체 부족 상황에도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점 등이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대차는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9289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16.4% 늘어난 것으로 2014년 2분기 이후 분기 최고 실적이다.
기관투자자는 현대차 외에 KT&G(139억 원), 롯데정밀화학(119억 원), LG화학(108억 원), CJ제일제당(102억 원) 등 5개 종목을 1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이한재 기자
▲ 2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장중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