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왼쪽)와 대만 TSMC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TSMC의 대만 반도체공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TSMC의 미국 파운드리공장 설립이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꼽히지만 공장 투자에 걸리는 시간 등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인텔이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0일 “미국 정부는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대만에 생산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애플은 큰 압박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애플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현재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거의 모두 TSMC의 대만 공장에 맡기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대만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미국 반도체기업들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안보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을 비롯한 TSMC의 주요 고객사들이 이런 상황에도 반도체 생산 거점을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데 아직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정부와 달리 반도체기업들은 대만의 반도체 공급 리스크가 이른 시일에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애플과 같은 기업이 반도체 공급 차질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는 측면도 있다며 단기간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옮기는 데 어려움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대만에 실제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반도체 공급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반도체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관계도 갈수록 악화하면서 반도체 공급 리스크는 점점 더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첨단 기술력과 노하우가 중국의 반도체시장 진출 노력에 기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대만에 의존을 낮춰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TSMC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파운드리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은 반도체기업들과 미국 정부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는 TSMC 애리조나공장은 5나노 이하 최신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해 미국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을 추진하는 주요 생산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로비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들은 TSMC의 미국 공장 투자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미국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반도체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실제로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TSMC의 새 공장만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기는 부족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결국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파운드리업계 최대 고객사로 꼽히는 기업들이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나 인텔의 생산공장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아레테리서치 연구원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애플 등 기업이 대만에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려면 TSMC의 미국공장 투자가 단기간에 완성되도록 도와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인텔이 대만 이외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장을 통해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 등 반도체기업이 기존에 TSMC 대만공장에서 생산하던 반도체 물량 일부를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운영하는 파운드리공장 또는 인텔의 미국 공장에 맡긴다면 단기간에 생산 거점을 대만 이외 지역으로 다변화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프로세서 위탁생산 물량을 일부 수주하거나 퀄컴 및 엔비디아에서 수주해 생산하는 시스템반도체 물량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애플 등 고객사가 현재까지 파운드리업체를 다변화하는 대신 TSMC에 더 많은 물량을 맡기는 흐름을 지속해 왔다며 미국 정부와 반도체기업들이 서로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도 TSMC와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미국 텍사스주에 약 20조 원을 들여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대규모 파운드리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공정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 내 신규 공장 투자와 생산라인 가동 일정도 적기에 진행된다면 주요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