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흑석동 99의3번지 일대 4만5229㎡ 규모 부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서울시 공공재개발 1호 사업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을 맡아 지하 7층~지상 49층 규모 아파트 1216세대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흑석2구역은 동작구에 속해있지만 한강변을 끼고 있고 강남권 쪽 접근성도 좋아 서울시 공공재개발 사업 가운데 최대어로 꼽힌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입지 측면에서는 ‘준강남’이라고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흑석2구역은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더욱 탐낼 만한 사업장이다.
재개발사업은 단순히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이 아니라 도로, 주차장 등 교통시설과 공원 등 녹지, 학교와 문화체육시설 등 다양한 기반시설까지 함께 개선하는 사업으로 재건축, 리모델링과 비교해 잡음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기반시설 기부채납, 주거이전비 및 영업보상비 등 신경 쓸 문제도 훨씬 더 많다.
그런데 공공재개발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덜하고 사업 진행에도 속도가 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 1호 사업으로 클린수주 여건이 조성돼 있는 등 회사 기준에 적합한 사업지로 입찰을 준비해 왔다”며 “흑석2구역은 흑석뉴타운의 중심에 있는 랜드마크 지역으로 상징성이 있고 흑석역과 연결돼 있는 등 입지 면에서도 매력적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흑석2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시작되기 전부터 형평성 등 부분에서 잡음이 새어나왔다.
이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브랜드와 시공능력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클린수주 방침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흑석2구역을 두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2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건설은 이날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 보낸 입찰 포기 메시지에서도 주민대표회의 집행부의 편향성을 문제삼았다.
대우건설은 흑석2구역 소유주들에게 특정 시공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집행부를 생각할 때 입찰 뒤에도 사업적 위험부담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입찰을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메시지에서 "흑석2구역 홍보관 운영시점과 관련해 1월19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공사들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할 때도, 집행부가 일반과 상식을 벗어나 특정 시공사의 요구만 들어준 때도, 대우건설은 최고의 조건을 담은 맞춤 제안서로 선택받을 자신이 있었다"며 "하지만 주민대표회의라는 의결기구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경고 조치와 특정 시공사에 편중된 집행부를 보면서 위험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흑석2구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계약업무처리기준을 벗어나 미리 홍보관을 설치하는 건설사가 나와 문제가 되는 등 물밑 수주경쟁이 치열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 GS건설 등은 모두 토지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개별홍보로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경고조치를 2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흑석2구역은 앞서 1월 말 진행한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의 대형 건설사 8곳이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다.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는 이날 입찰이 유찰된 만큼 논의를 거쳐 재입찰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