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서울 코엑스에서 대형 배터리 행사가 얼마전에 열렸다. 

여기서 포스코케미칼의 부스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의 부스와 비교해서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부스 대부분이 한 가지 주제를 강조하고 있었다.

바로 “배터리 토털 밸류체인”이라는 주제였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양극재 등의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러니까 포스코케미칼이 말하는 배터리 토털 밸류 체인이란 일종의 배터리 소재 ‘수직 계열화’라고 이해하면 쉽다.

간단히 말해서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원료, 그니까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의 공급부터 직접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이 배터리 토털 밸류체인이 완성된다면 단순히 포스코케미칼, 혹은 포스코그룹의 발전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포스코케미칼의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개념도를 보면 고객사에서 이 배터리를 사용하고 그 배터리가 다시 배터리 원료로 돌아오는 것까지 밸류체인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배터리 토털 밸류체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음극재 생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번 영상에서 계속해서 말해왔던 것처럼 글로벌 배터리 원료 자원 전쟁이 굉장히 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케미칼의 수직계열화 완성은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 전체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일본 야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양극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9%, 음극재 시장에서는 6.8%에 불과하다. 국내 배터리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0% 정도인 것과 대조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생산량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2021년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한 양극재는 4만 톤이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3년에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12만 톤을 생산하게 된다. 음극재 역시 마찬가지로 2021년에 6만9천 톤이었던 생산량을 2025년에는 17만2천 톤으로 높일 계획을 세워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2030년 세계 1위는 사실 선언적 의미로 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세계 배터리 소재 시장 세계 1위 기업이 나온다면 그건 포스코케미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 원료 내재화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전기차 밸류체인이, 정말 원료의 수급부터 원료로 배터리 소재를 만들고, 그 소재로 배터리를 만들고, 그 배터리로 전기차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전부 국내 기업들로만 꽉꽉 채워지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들만의 ‘배터리 토털 밸류체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포스코케미칼의 이런 수직계열화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 보도록 하겠다.

포스코케미칼은 2023년까지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필요분량의 70%를 내재화 할 계획을 세워놨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배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필요한 니켈, 코발트, 망간의 70%를 내재화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음극재는 어떨까? 

음극재의 주요 원료는 ‘흑연’이다. 문제는 흑연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기준으로 세계 흑연 생산량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이외의 국가(모잠비크 등)에서 흑연이 생산될 때도 일반적으로 정제 등을 위해 중국을 거친다. 중국을 빼놓고 흑연을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포스코케미칼은 ‘인조 흑연’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인조흑연의 원재료 가운데 하나인 콜타르가 포스코 그룹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제철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은 2020년에 세계에서 6번째로 인조흑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인조흑연 생산공장을 짓고 있기도 하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매년 약 1만6천 톤 규모의 인조흑연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전기차 약 36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포스코케미칼의 배터리 원료 수직계열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8년 호주 광산 개발 기업 필바라 미네랄스사 지분 투자를 통해 리튬의 안정적 수급체계를 구축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포스코리튬솔루션을 출범해 2023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연산 4만3천 톤 규모의 광석 기반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을 광양에 착공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3월25일 “그룹과의 공조를 통해 2024년에 9만3천 톤의 양극재용 리튬을 확보하게 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9만3천 톤의 리튬은 전기차 22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지금 세계 모든 나라들의 공통적 화제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미래산업 공급체인 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원료 공급망이다.

포스코케미칼이 포스코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키플레이어를 넘어서, 한국의 배터리산업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