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매물로 나온 PI첨단소재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PI첨단소재는 IT기기 필수 소재로 사용되는 폴리이미드(PI) 필름과 전기차용 폴리이미드 바니쉬 등을 만드는 회사다.
일진그룹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사업을 하는 일진머티리얼즈와 수소저장솔루션 사업을 하는 일진하이솔루스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일진그룹이 PI첨단소재까지 품에 안는다면 수소차와 전기차의 핵심소재를 모두 쥐게 돼 미래차와 관련한 종합 소재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허진규 회장이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미래차 시대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PI첨단소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말을 종합하면 일진그룹을 비롯해 유럽계 화학기업인 솔베이 등 전략적 투자자와 칼라일그룹 등 재무적 투자자가 PI첨단소재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허 회장이 PI첨단소재 인수에 나서는 것은 일진그룹의 계열사들과 협업해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는 알짜회사로 평가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PI첨단소재는 폴리이미드 소재를 주력사업으로 한다. 폴리이미드필름은 주로 스마트폰에서 열을 배출하는 방열시트와 핵심부품인 연성회로기판(FPCB)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뿐 아니라 PI첨단소재는 전기차에서 엔진역할을 하는 모터에 감겨 있는 구리선이 합선되지 않도록 코팅하는 폴리이미드 바니시(Varnish)를 충북 진천 공장에서 생산한다. 이 공장은 2019년 건설됐다.
또한 PI첨단소재는 폴리이미드의 생산능력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PI첨단소재는 지난해부터 2년간 2개의 신규라인을 단계적으로 추가 증설해 폴리이미드 생산능력을 2021년 말 기준 4500톤에서 2023년 하반기까지 5700톤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PI첨단소재는 폴리이미드 소재 연간 생산능력과 시장 점유율 기준 모두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증설까지 마무리 되면 2위 업체와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폴리이미드가 적용되는 분야가 전기차배터리로도 넓어지고 있는데다가 PI첨단소재가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허 회장은 PI첨단소재를 눈여겨본 것으로 분석된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2년을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이 이끄는 일진그룹은 전기차 및 수소차라는 미래자동차에 특화된 소재를 만드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음극재를 코팅하는데 사용되는 핵심원료 구리판인 동박을 생산한다.
또한 동박은 인쇄회로기판(PCB)과 연성회로기판(FPCB)의 원재료인 동박적층판(CCL)과 연성동박적층판(FCCL)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PI첨단소재를 일진그룹이 손에 넣게 되면 바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일진하이솔루스는 일진그룹의 친환경 수소연료저장솔루션(수소연료탱크+모듈) 전문기업으로 수소차에 들어갈 수소저장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차와 전기차의 생산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존 전기차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 탑재공간에 맞춰 평평한 모양의 타입4 수소저장시스템을 개발해 고객회사에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타입4 수소저장시스템은 고강도 플라스틱과 탄소섬유를 혼합해 제작돼 기존에 쇠로 만든 타입1 수소저장시스템보다 가볍고 높은 압력을 버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일진그룹이 PI첨단소재를 확보하게 되면 종합 미래차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공산이 큰 것이다.
이번 PI첨단소재 예비입찰에 한화솔루션이나 글로벌 1위 첨단소재 기업 알키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봐도 얼마나 미래차 소재확보가 중요한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기밀유지가 생명인 만큼 구체적 진행사항에 대해 알려주기 어렵다”며 “구체적 결과가 나오면 관련 규정에 따라 공시와 발표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