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루블화 가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제재가 실질적으로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루블화 가치는 미화 1달러당 85루블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정부가 경제제재 조치를 내놓은 뒤 1달러당 150루블까지 떨어져 거래됐는데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한 것이다.
러시아에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정부 정책에 따라 계속 루블화를 지불하며 수입을 지속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및 유로화를 루블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유지되며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입 금지 등 경제제재 조치를 내놓았지만 에너지는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 역시 계속 러시아에서 원유 및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결국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에너지 수입 의존을 낮추지 않는 이상 경제제재조치가 예상한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한 미국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루블화 가치 회복은 미국 경제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 했다는 의미”라며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러시아를 대상으로 추가 경제제재 도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AP통신은 러시아에 에너지를 크게 의존하는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 감소로 국제유가가 이미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수입 중단은 세계 경제 전반에 더 큰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루블화 가치 유지에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경제제재의 효력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20%까지 높이고 루블화를 달러 및 유로화로 환전하는 데 엄격한 제한조치를 도입한 점도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AP통신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런 조치를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운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루블화 가치는 하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